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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법 활동/교육/공익인권법실무학교

[실무수습] "함께하는 희망로드"-희망법 장애인권팀 실무수습 후기

 

"함께하는 희망로드"

희망법 장애인권팀 실무수습 후기

 


 

<김재왕 변호사님과 다정하게 한 컷~>


1030호 희망법에 노크하다

 

희망법은 이름부터 사람을 참 두근거리게 하는 곳이었습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오로지 풀뿌리 후원을 통해서만 단체를 운영하며 독립성을 지키는 그 지고지순함과 발바닥이 뜨겁도록 현장을 뛰어다니는 열정적인 의지는 희망이라는 이름에 얼마나 들어맞는지!

 

다양한 매체를 통해 이러한 희망법의 활동을 지켜만 보다가 실제로 실무수습을 하게 되었을 때 얼마나 심장이 뛰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사진에서만 보던 희망법 구성원들의 환한 모습을 상상하며 희망법에 첫발을 내딛게 되었습니다. 평소에 장애인권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고, 공익인권변호사로서 장애인권 분야에서 어떤 활동을 할 수 있는지 많은 궁금증을 가지고 있었던 저는 이번 실무수습 과정에는 장애인권 분야에 지원을 하였습니다. 희망법은 우리나라 최초의 시각장애인 변호사인 김재왕 변호사님이 계신 곳이기도 하여 당사자로서 장애인권 분야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실제로 활동을 하는 모습은 어떤지 생생하게 보고 배울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했습니다.

 

부푼 기대 속에 장애인권 분야의 지도변호사이셨던 김재왕 변호사님과의 첫 면담이 시작되었습니다. 면담과정에서도 철저히 실무수습생의 의견을 반영해 실습계획을 세우시던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이런 일들이 있으니 이렇게 하자가 아니라 이번 실무수습을 통해 어떤 부분을 중점적으로 배우고 싶은지를 천천히 대화를 나누는 과정에서 실무 중심적이고 외부 단체와의 연대활동에 중점을 두고자 했던 제 의견이 충분히 반영된 실습 계획이 마련되었습니다. 연 초에는 단체들이 대부분 연대활동 보다는 내부적인 활동이 많은 기간이라 현실적으로 많은 활동에 참여할 수가 없었지만, 과제가 적극적인 외부활동 참여에 제한이 되지 않도록 세심히 조정해 주시는 모습에서 이러한 원칙이 잘 지켜지고 있다는 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다양한 사건을 통해 바라본 장애인권의 현주소

 

개인과제를 통해 희망법의 장애인권 분야에서는 어떤 사건들을 다루고 있으며 공익변호사는 어떠한 역할을 할 수 있는지 배울 수 있었습니다. 특히 지도변호사님인 김재왕 변호사님께서는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문제를 생각할 수 있도록 하셨고, 꼼꼼한 피드백을 통해 다양한 가능성을 검토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아래에서는 과제로 다루었던 대표적인 사건들을 통해 우리 사회의 장애인에 대한 인식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1. 주유소 화장실은 장애인 편의시설을 설치하지 않아도 되는가?

 

처음으로 맡았던 과제는 모 광역시에 위치한 주유소 화장실에 장애인 편의시설이 설치되어 있지 않았는데, 이러한 경우 문제제기가 가능할 것인지 판단해 보는 일이었습니다. 리서치를 통해 주유소에 설치하는 화장실은 공중화장실에 속하며, 이러한 경우 장애인 편의시설을 설치해야 하는데 이를 지키지 않은 위법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따라서 장애인 편의시설을 갖추지 않은 석유판매업자 즉 주유소의 등록 신청은 관계 법령에 따라 취소를 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정작 이러한 문제점을 파악하지 못하고 허가를 내어준 행정청에는 어떤 식으로 문제제기를 할 수 있을지 난감한 상황이었습니다. 결국 행정처분취소소송을 제기하여 간접적으로나마 행정청에게 압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방향을 잡게 되었지만 직접적인 강제 수단이 없다는 점, 공익을 추구하고 관련 문제에 대한 관리 감독을 수행해야하는 행정청에서 조차 아직까지도 장애인에 대한 편의 지원 체계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는 점이 안타까웠습니다.

 

#2. 장애인은 교사가 될 수 없는 것인가?

 

뇌병변 장애를 가지고 있는 OOO씨는 번번이 중등학교 교사 임용시험에 탈락하였습니다. 우수한 성적으로 1차 필기시험을 합격하고 2차 시험인 수업실연까지도 합격점에 해당하였는데 면접에서 수업에 부적합하다는 판정을 받아 교사가 될 수 있는 기회 자체를 박탈당한 것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김재왕 변호사님은 당사자를 대리하여 해당 지역 교육감을 상대로 특수교사 임용시험 불합격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한 상황이었습니다. 장애인 편의제공이 있었던 1차 시험과 달리 2차 시험에서는 장애인 편의제공이 전혀 없었기 때문입니다. 본 사건과 관련하여 전국 교육청의 교사임용시험 공고문을 조사해 보았는데 해당 사건의 교육청과 마찬가지로 2차 시험에서 장애인들에 대한 편의제공이 이루어지고 있는 교육청은 없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장애인 또한 장애가 없는 사람과 마찬가지고 직업을 가지고 사회의 구성원으로 당당하게 살 권리가 있는 것인데 이를 실현하기 위한 첫 걸음인 고용과정에서부터 장애인들이 정당하게 평가되어지지 않는다면 이러한 권리는 유명무실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특히 본 사건은 정당한 편의제공이 없는 상태에서도 2차 시험인 수업실연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지만 면접에서 0점을 받았다는 것은 장애인에게는 교육을 맡길 수 없다는 깊은 편견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현재 타 시·도에서는 본 사건의 당사자와 같은 뇌병변 장애을 가진 교사들이 원만하고 성실하게 교직을 수행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 사건의 교육청이 우수한 성적을 받은 장애인에 대해 의도적인 배제의 의사를 표시하는 것은 참교육을 표방하는 교육청의 교육 목표와는 전혀 동떨어진 행동이며 반드시 부당한 처우에 대한 시정이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3. 학교폭력의 가해자가 된 장애학생

 

중학교 3학년 남학생 OOO(지적·뇌병변 중복장애 1)이 같은 학교 1학년인 여학생(지적장애 2)을 성추행했다는 혐의를 받아 학교에서 조사를 받은 사건이 있었습니다. 조사과정에서 본 사건의 중학교 교장, 교감 및 교사들은 OOO군에 대한 조사가 차별 없이 공정하게 이루어지도록 관리·감독할 책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OOO군이 신뢰할 만한 부모님 등 신뢰관계자 동석 기회를 부여하지 않았고 오히려 거짓말을 하면 안 된다, 밖에 나가면 감옥에 간다 등의 이야기를 함으로써 불확실한 결과 또는 암시된 수감 가능성에 대한 두려움을 주어 자백을 강요하는 질문 형식을 취하는 등 OOO군의 진술방어권을 보장하지 않은 문제점이 드러났습니다. 비록 위 사건에 대하여 OOO군의 형사상 혐의가 인정되었지만(기소유예) 조사과정의 문제점에 대하여 국가배상을 청구할 수 있을지 검토하는 과제를 수행하였습니다. 그 과정에서 현행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은 장애학생이 가해자인 경우 적절한 보호 체계를 갖추지 않고 있는 문제점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학교폭력은 가해자와 피해자가 수시로 바뀔 수 있는 특수성을 가지고 있으며, 특히 장애학생의 경우 이러한 상황에 대처하는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더욱 신중한 조사를 필요로 하게 됩니다. 하지만 위 법률은 그러한 장애아동의 특수성을 가해자인 경우에는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아 장애학생이 가해자인 경우 조사과정에서 불리한 결과를 가져올 가능성이 높은 문제점이 있었습니다. 마침 희망법 공익인권법 실무학교에 아동·청소년 인권 강연자로 오셨던 김차연 변호사님께 해당 문제점에 대해 질의도 했었는데 이러한 입법의 미비는 차후 개정을 통해 해결해야 할 숙제라는 답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김재왕 변호사님께는 해당 사건을 검토하여 국가배상청구가 가능할 것이라는 의견을 작성하여 드렸지만 이러한 사후 구제보다도 처음부터 조사과정에서 장애학생에 대한 적극적인 보호가 이루어져 사건에 대한 적절한 대응이 가능했다면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은 남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4. 시각장애인은 위험하니깐 놀이기구에 탑승할 수 없다?

 

국내에서도 손꼽히는 규모의 OO놀이동산에서 시각장애인에 대한 후룹라이드(Flume Ride) 탑승을 제한하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비장애인의 경우에도 무서운 놀이기구를 타는 경우에는 눈을 아예 감고 타기도 하는데, 시각장애인의 경우에 위험하니깐 놀이기구에 탑승할 수 없다는 제한이 논리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았습니다. 해당 놀이동산의 놀이기구 안전 가이드를 살펴보니 후룹라이드의 경우에는 시각장애인의 경우에는 아예 탑승이 제한(시각장애의 경우 금지 - 보호자 동승 시 탑승 가능 - 3급 이하 시각장애인 보호자 동승 시 탑승 가능으로 나누어서 제한하고 있음) 되는 것으로 규정되어 있었습니다. 예전에 노들장애인야학에서 교사로 활동할 당시 동일한 놀이동산에 놀러가 장애인학생들과 해당 놀이기구를 탔었던 경험이 있었기에 이러한 제한이 있었다는 것 자체가 놀라웠습니다. 동일한 장애를 가진 사람이 어떤 경우에는 제한을 받고 어떤 경우에는 제한 없이 통과를 한다는 것 자체가 일정한 규정에 따르지 않고 담당 직원의 자의적인 판단에 따라 운용되는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비교를 위해 다른 놀이동산들은 어떠한 안전 규정을 두고 있는지 살펴보도록 하였습니다. 세계 최대의 규모를 자랑하는 디즈니랜드의 가이드를 살펴본 결과 우리나라와는 기본적인 인식자체가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OO놀이동산의 경우 장애인에 대한 이용 제한을 목적으로 가이드가 작성되어 있는데, 디즈니랜드의 경우 장애인이 놀이기구를 이용하는데 불편함이 없도록 서비스 하는 것을 목적으로 제작되어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시각장애인의 경우 점자 지도, 음성 지도 및 놀이기구에 대한 음성 설명을 제공하고 있었으며 각 놀이기구에 대한 세부적 내용에 있어서는 어떤 장애가 있는 경우 탈 수 없다는 제한이 아니라 장애 유형에 따라 필요한 서비스를 규정해 놓고 있었습니다. 특히 문제가 되었던 후룹라이드의 경우에는 장애인에 대한 아무런 서비스 규정이 없었는데 이는 장애인이 타는데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우리나라 놀이동산 중에 이러한 자세한 안전 가이드를 만들어 실천하고 있는 곳은 본 사건의 놀이동산 한 곳 밖에 없었습니다. 그 만큼 손님의 안전을 생각한다는 것일 수 있지만, 이러한 규정에도 장애인에 대한 시각의 차이가 그대로 드러나 있다는 사실이 씁쓸하였습니다. 김재왕 변호사님께서는 본 사건에 대해 해당 놀이동산과 협의를 진행하여 가이드를 개선할 것인지 인권위에 진정을 할 것인지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는데 모쪼록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해소할 수 있는 방향으로 문제가 해결되길 바랍니다.

 

사무실 밖에서의 희망법 활동

 

다양한 외부활동을 경험하고 싶었지만 앞서 언급한 대로 연초에는 각 단체들이 내부를 조율하는 시기이기 때문에 많은 활동을 경험할 수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지도 변호사님의 배려로 몇 가지 외부활동에 참여할 수 있었습니다. 먼저 장애와 인권 발바닥 행동이라는 단체와 함께 형제복지원 사건의 자료를 정리하는 작업을 하였습니다. 1975~1987년 까지 대형건물에 무분별하게 사람을 불법 감금하고 강제 중노역은 물론 사망까지 이르게 한 형제복지원 사건은 당시 형제복지원을 운영한 한 사람만의 책임이 아니라 이를 방조한 국가의 책임도 엄연히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형제복지원 사건에 대한 심각성은 많은 국민들의 공분을 샀으나 국가 차원의 피해자 및 유족에 대한 보상은 이루어지고 있지 않은 실정입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형제복지원 사건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으나 별다른 진전 없이 논의만 진행되고 있어 너무나 안타까운 상황입니다. 장애와 인권 발바닥 행동은 이러한 형제복지원 사건의 진상규명과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기 위해 방대한 양의 자료를 정리하고 있었습니다. 워낙 자료의 양이 많았기 때문에 단시간에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은 아주 부분적이었지만 형제복지원 사건에 대해 좀 더 자세히 들여다 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또한 김재왕 변호사님은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이하 장추련)에서 일주일에 한 번씩 법률지원활동을 하고 있었습니다. 장추련 사무실로 출근하여 단체에 접수된 상담 사례를 해결하기도 하고 당일 찾아온 당사자와 면담을 진행하기도 하였습니다. 장추련에는 상근하는 변호사가 없기 때문에 당사자의 인권침해에 대한 적극적인 법적 대처가 어려운 점이 많았는데 이러한 희망법의 변호사 파견 사업으로 인해 적절한 법률 지원이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정말 중요한 활동이라고 생각되었습니다. 특히 장애인의 경우 부당한 대우를 받더라도 소극적으로 움츠려 드는 경우가 많고 오히려 상대방에게 권리를 주장하지 못해 피해자인 경우에도 가해자가 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러한 경우 적절한 시기에 도움을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일례로 편의점에서 음식물을 사먹고 쓰레기를 치우지 않았다는 이유로 편의점 직원에게 가혹행위(벌을 서게 하고 욕설을 하는 등 위협)를 당하던 장애학생이 수업에 늦지 않기 위해 이를 거부하고 학교로 돌아가려는 중에 직원과의 몸싸움으로 고소당한 사건에서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를 모르던 장애학생의 부모는 김재왕 변호사님의 조언으로 주변의 CCTV와 목격자 증언을 확보하여 해당 직원을 고소하는 등 적절한 대처를 할 수 있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단순한 것일지 모르겠지만 신뢰받는 전문가의 조언으로 인해 편의점 직원에게 피해를 보상하고 사건을 끝내려고 했던 장애학생의 부모는 자식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었기에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생각되었습니다.

 

희망법을 나서면서..

 

공식적인 후기라서 그런지 지도변호사님을 김재왕 변호사님 이라고 아주 딱딱하게 표현했는데 실무수습의 모습도 딱딱하게 그려졌을까 봐 걱정이 됩니다. 실제로는 이라는 별칭을 사용하며 간단한 사안이라도 다양한 의견을 교환하는 등 정말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원래부터 낯을 많이 가리고 별명을 부르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성격이라 처음에는 모기만한 소리로 호칭을 얼버무리기 일수였는데 희망법 특유의 편안함 덕분에 이라고 부르는 것에 금방 익숙해 질 수 있었습니다. 특히 희망법에서는 점심때 밥을 지어서 함께 먹는 문화가 있는데 이 시간이 서로를 알아 가는데 있어 정말 큰 도움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지금도 희망법 구성원들과 실무수습 동기들을 떠올리면 갓 지은 밥 마냥 따뜻함이 가득하고 식구라고 표현하는데 어색함이 없는 것 같습니다.

 

제 후기는 희망법의 장애인권 분야의 활동을 다루는 것이라 희망법에서의 공동과제 그리고 장애인권 분야 이외의 외부활동에 대해서는 다루지 않고 있습니다. 장애인권 분야에 대해 좀 더 자세한 이야기를 전하고 싶은 마음에 후기가 많이 길어졌는데 넉넉한 마음으로 이해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희망법에서의 실무수습은 타인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고 그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행동하는 법률가가 되고자 하는 저에게 너무나도 고마운 시간이었습니다. 희망을 그리는 길을 그 위에서 서로 응원하며 천천히 함께 걷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글_이준석(전남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1년, 희망법 2015년 동계 실무수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