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회 공익인권법 실무학교 수강기"
희망법 실무수습 후기
글_박한희(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2년, 2015 희망법 동계 실무수습생)
4주, 통상적인 로스쿨 실무수습 기간인 2주보다 두 배 긴 시간을 잘 보낼 수 있을까 하던 처음의 우려와는 달리 실무수습 기간은 정말로 순식간에 지나가 버렸다. 나를 포함한 5명의 로스쿨 실무수습생들과 엑스턴십 한 분을 포함한 6명의 실무수습생들이 희망법 사무실에서 함께 과제를 하고, 이야기를 나누고, 토론하던 시간들은 매 순간순간이 모두 충실한 시간들이었다. 하지만 굳이 그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을 고르자면 제4회 공익인권법 실무학교를 수강한 일이라 하겠다.
<강의소개를 받으며 찍은 사진>
공익인권법 실무학교, 누구나 들을 수 있다.
공익인권법 실무학교를 처음 알게 된 것은 지난 2014년 제3회 공익인권법 실무학교 홍보물을 봤을 때였다. 당시의 나는 ‘이건 로스쿨 졸업생을 대상으로 하는 실무적인 내용인가 보구나. 나중에 졸업하면 들어야지’ 생각하고 그냥 넘겨 버렸다. 그러다 이 번 실무수습을 하면서 누구나 들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실무수습생의 특전(?)으로 당연히 실무학교 수강을 하게 되었다.
여는 강좌, 공익인권변호사로서의 삶은?
제4회 공익인권법실무학교는 <공익인권소송의 기획과 수행>으로 시작하였다. 강의를 해 주신 김수정 변호사님은 공익인권소송을 함에 있어 어떤 점들을 고려해야 하는지, 특히 기획단계에서는 소송의 목표, 전략을 확실히 세우고 운동과의 연계를 고려해야 한다는 점과 수행을 함에 있어서는 자료수집과 증거신청의 활용 등의 중요함을 강조하셨다. 또한 집단 소송에서의 청구액 산정 방법, 위임 관계 설정 등 실무적으로 간과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도 실제 사례 등을 들어 설명해 주셨다.
하지만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변호사님 본인의 공익인권변호사로서의 삶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었나 싶다. 공익인권변호사라면 오직 전업밖에 없다고 생각하던 나를 포함 많은 수강생들에게 전담이 아닌 법인 소속, 개업변호사로서도 공익소송 수행이 가능하다는 것,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어떠한 원칙과 신념이 필요한지에 대한 이야기는 막연하게만 생각되던 공익변호사의 이미지를 좀 더 구체적으로 드러내 주었다.
사례를 중심으로 한 실무 이야기들
공익인권법 ‘실무’학교인 만큼 실제로 변호사로서 실무를 함에 있어 알아두어야 할 사항들에 대해서도 배울 수 있었다. 처음에는 아직 실무를 해 보지도 않은 내가 이해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도 있었지만 모든 강좌가 실제 사례를 중심으로 이루어졌기에 경험이 없는 나도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특히 배영근 변호사님의 <환경소송의 실제>와 김용민 변호사님의 <인권옹호와 형사절차>, 그리고 선택강좌로 들은 희망법 SOGI팀의 <동성혼소송의 이론과 실무>의 경우에는 각각 실제 현장에서의 생생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더욱 피부에 와 닿고 기억에 남는 강좌들이었다. 이동화 간사님의 <국제인권메커니즘 활용>의 경우 지난 학기에 국제인권법 수업을 들었기에 기억을 환기시켜 주면서 동시에 학교에서는 배우지 못한 더 깊은 내용들에 대해 아 수 있었다. 그리고 정진임 활동가님의 <정보공개청구 활용> 강좌는 노트북을 켜 놓고 같이 실습을 해 가면서 강의를 들었기에 강의 내용에 대해서 바로바로 습득할 수가 있었으며, 실무수습 공동과제와 관련해서 실제 정보공개청구를 해 보기도 하였다.
새로운 시선, 공급사슬망
1주차 강의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주제는 <공급사슬망(supply chain)적 접근>으로, 이것은 공급자에 의한 인권침해가 이루어졌을 때 이로 인해 물건이나 서비스를 공급받는 원청에게 그 책임을 묻는 접근방식이다. 가령 방글라데시 옷 제조 공장의 열악한 근로조건으로 인해 발생하는 인권침해를, 옷을 공급받아 소비자에게 판매함으로써 수익을 올리는 대기업에게 책임을 묻는 것이다. 얼핏 듣기에는 생소하고 정말 실현 가능한지에 대한 의문이 드는 이 개념이 나에게 특히 와 닿았던 것은, 나 역시 학교를 오기 전 대기업 구매팀에서 일하면 공급사슬망의 한 축에 속해본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내가 소위 단가를 후려친(?) 협력업체에서 일어났을지 모르는 근로자에 대한 인권 침해가 결코 나와 무관하지 않았을 거라는 깊은 반성과, 동시에 이 문제는 협력업체만이 아닌 그로 인해 이득을 올리는 원청이 함께 해결해야 하는 문제라는 것이 내 경험을 통해서 자연스럽게 이해가 되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아동노동이 결부된 우즈베키스탄 목화와 같이 복잡하게 얽힌 공급사슬망에서 시작점을 어떻게 파악할 것인지와 같은 실무적인 문제와, 고의가 없는 원청에게 법적 책임을 물릴 수 있을지에 관한 법률적인 문제를 생각했을 때 공급사슬망 접근방식이 쉽지 않다는 점 또한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인권에 관점에서 본다면 이에 대한 논의는 반드시 필요한 일이며 앞으로 더 발전시켜 나가야할 주제라 본다.
변호사로서 활동하기, 변호사와 활동하기
2주에 걸쳐 이루어진 공익인권법 실무학교의 마지막은 <활동가와 변호사가 만났을 때>라는 주제의 공개 좌담회였다. 이미경 소장님(한국성폭력상담소), 장여경 활동가님(진보네트워크), 기선 활동가님(인권운동공간 활), 그리고 희망법의 가람님, 이렇게 네 분의 토론자를 모시고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의 장서연 변호사님의 사회로 이루어진 좌담회에서는 소위 운동, 활동판에서 변호사들의 역할이 어떠해야 하는지, 그리고 변호사로서 활동을 한다는 것은 어떠한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가 이루어졌다.
모든 이야기들과 질의응답들이 전담이든 그렇지 않든 공익인권 분야에 있어 일하고 싶다면 반드시 새겨 두어야 할 내용들이었지만 그 중에서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장여경 활동가님의 ‘세상이 합리성으로만 이루어지지는 않는다’는 말이었다. 이 말은 결코 논리적 사고가 불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다만 인권이라는 기본적 가치의 실현을 위해서는 기존의 논리성과 합리성을 뛰어 넘는 자유로운 상상력이 요구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학교에서 배우는 법리와 판례 이론에 대한 공부도 물론 중요하지만,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기존의 틀을 깨기 위해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를 고민하는 것도 공익인권 변호사를 지향한다면 갖추어야 할 중요한 자세라는 점을 다시 한 번 배울 수 있는 자리였다.
제5회 공익인권법 실무학교를 기대하며
나는 현재 학교를 다니면서 단체활동을 하고 있기에 희망법 실무수습을 하면서도 변호사로서의 일과 운동가로서의 활동이 어떻게 조화를 이룰 수 있을지 배우기를 가장 기대했다. 그렇기에 그러한 것들을 배울 수 있었던 공익인권법 실무학교가 특히나 더 기억에 남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내년에 있을 제5회 실무학교에도 꼭 참여해서 희망법 식구들 및 2016년 동계 실무수습생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눌 날을 그려 보며 후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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