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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에 비친 희망법

[한겨레21] 한국에서 동성결합 가능할까

한국에서 동성결합 가능할까 [2013.09.02 제976호]
[사회] 인권중심 사람의 컬로퀴엄 ‘동성결합 제도화의 의미와 법적 쟁점’… 결혼할 권리 쟁취에 반하는 “언제부터 결혼이 해방으로 가는 길이 됐느냐”는 비판도

 

 

 “헤어질 때 필요한 권리죠.”

지난 8월20일, 성적지향·성별정체성 법정책연구회(SOGI) 대표인 장서연 공익법무법인 공감 변호사는 웃으며 말했다. 이날 서울 성산동 ‘인권중심 사람’에서 열린 SOGI 제2회 컬로퀴엄 ‘동성결합 제도화의 의미와 법적 쟁점’은 그렇게 시작됐다. 장서연 대표는 “좋을 때는 좋지만 헤어질 때는 많이 싸운다”며 “파트너십 제도는 커플이 헤어질 때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동성결합은 동성결혼과 파트너십 제도를 아우르는 제도”라며 “제도화되기 전까지는 몸은 섞되 재산은 섞지 말라”며 농담 섞인 인사말을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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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 ‘양성의 평등’ 해석이 핵심

이날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 만드는 법’(희망법)의 류민희 변호사가 ‘동성결합의 법적 쟁점과 제도화 가능성’을 주제로 발제에 나섰다. 그는 먼저 “미국 연방대법원 앞에서 성소수자들이 ‘결혼보호법’ 위헌 판결을 자축하는 광경을 보면서 한국의 성소수자들은 묘한 감정이 들 수밖에 없었다”며 “동성결합은 언뜻 생각하면 외국에서 한국으로 수입된 논의 같지만 사실은 한국에서도 오래전부터 논의가 있었다”고 전했다. 실제 2004년 이상철·박종근씨가 공개 결혼식을 올리고 서울 은평구청에 혼인신고를 냈지만, ‘수리할 수 없다’는 통고를 받은 적이 있다. 그러나 당시 법정 투쟁은 이어지지 않았다.

류민희 변호사는 발제문에서 헌법상 쟁점에 대해 설명했다. 헌법 제36조 1항은 “혼인과 가족 생활은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을 기초로 성립되고 유지되어야 하며, 국가는 이를 보장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1990년대 후반부터 학술논문 등을 통해 이 조항에 대한 해석이 나왔다. ‘양성의 평등’을 둘러싼 해석이 핵심이다. 그는 “이 조항에 따라 동성혼이 인정될 수 없다는 견해도 많다”고 전했다. 반면 이은우 변호사 등의 해석에 따르면, 이 조항은 혼인과 가족 생활에서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을 침해하는 걸 배격하는 원칙을 천명한 것으로 혼인의 전제가 양성이어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되는 것은 체계상 맞지 않는다. 예컨대 가족이 성립되는 계기가 되는 입양의 경우, 입양의 조건으로 양성일 것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류 변호사는 “이런 문구가 헌법에 등장한 맥락은 가부장제와 여성 차별의 잔재가 있는 한국 가족제도와 가족법에 대한 헌법상의 특별한 평등의 요청으로 보인다”고 견해를 덧붙였다. 실제 뉴질랜드 등의 결혼법은 ‘남녀 사이’(between men and women)라는 문구로 결혼의 조건을 한정했다. 그러나 한국 헌법상 ‘양성의 평등’은 해석의 여지가 넓다는 것이다.

한국에서 동성혼에 대한 법적 판단은 없었지만, 동성 간 사실혼에 대한 판례는 있었다. 2004년 7월 인천지방법원은 ‘사실혼 관계 해소로 인한 재산 분할 및 위자료’ 청구건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원고는 1980년부터 20여 년 동안 동거인과 살았지만, 폭행 등 피고의 책임으로 사실혼 관계가 파탄됐다며 위자료 및 재산 분할을 요구했다. 이에 법원은 “부부 공동 생활을 인정할 만한 혼인생활의 실체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청구를 기각했다. 하지만 당시 피고가 사실혼 관계를 부인한 상태라 이것이 동성결합을 부정하는 판례로 일반화하기는 어렵다. 류민희 변호사는 “사실혼 법리의 확장은 어렵다”며 “다만 주택임대차보호법 같은 개별법이 보호하는 범위에 동성관계를 포함시키라는 소송을 해볼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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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윤동욱 기자 syuk@hani.co.kr

 

 

원문보기: http://h21.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35264.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