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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법 활동/교육/공익인권법실무학교

홈메이드 점심식사의 추억 - 희망법 실무수습기




아직도 7월 1일, 처음 희망을 만드는 법(이하 ‘희망법’)의 701호 문을 두드리던 때가 생생하다. 마른침을 꼴깍꼴깍 삼키고 등줄기에 땀을 줄줄 흘리며 들어갔다. 실무수습 한다고 머리도 새로 자르고 그 전날 옷도 뭘 입어야 하나 엄청 고민했던 기억이 난다. 들어가자 문에서 제일 가까운 방으로 안내되었다. 그 곳에서 같이 실무수습을 한 진아를 처음 만났다. 지금 와서 하는 고백인데, 사실 처음에 진아가 변호사님 혹은 사무실 직원분인줄 알았다. 건물에 들어서기 전에 웬 내 또래의 남자가 지도를 기웃기웃 보며 앞서 들어가는 것을 보아서 저 남자가 같이 일하게 될 실무수습생인가보다 라고 머릿속으로 지레짐작해서인 것 같다.

 

진아랑 통성명을 하고 간단히 대화를 나누고 있자 실무수습 신청 등의 메일을 주고받았던 조혜인 변호사님이 들어오셨다. 그리고 일정표를 나누어 주시며 앞으로의 교육 일정과 재판이나 토론회 등 사무실 밖에서 할 일정을 소개해주셨다. 그리고는 지도변호사님을 배정해주셨고 나는 한가람 변호사님 지도를 받게 되었다. 그리고 지도변호사와의 개별 면담 시간이 있었다. 한가람 변호사님은 일정표에 특별히 변호사님이 하시는 다른 일정이 있거나 저녁 일정이 있는 것을 추가로 더 알려주시고는 관심이 있으면 참석해도 좋다고 하셨다. 그리고는 차나 한 잔 하러 가자며 가까운 카페로 데리고 가 주셨다. 긴장을 풀어주시기 위함이었는지 고양이 자랑을 시작하셨다. 그리고 수다를 조금 떨다가 그 날을 바로 퇴근을 했던 기억이 난다. 낯을 많이 가리는 성격이라 이때도 얼마나 얼음처럼 뻣뻣했는지 모른다. 여기까지가 희망법 첫 날의 기억이다. 


그로부터 4주의 실무수습기간이 다 지난 지금에 와서 이날을 회상하니 웃음이 나온다. 4주의 기간은 정말 쏜살같이 흘러갔고 그 동안 많은 것을 배웠다. 서면도 종류별로 써보고, 정말 꼼꼼한 피드백에 감동(+충격)도 받았다. 장애, 성적지향과 성별정체성, 차별금지법, 기업과 인권, 집시법까지 각종 교육도 다른 곳에서는 배울 수 없는 내용들이어서 값졌다. 특히 서선영 변호사님의 집시법 교육이 기억에 남는다. 그리고 재판 방청도 처음 가보고 김재왕 변호사님을 따라 서울 맹학교에 갔었던 일도 잊을 수 없다. 말 그대로 많은 것을 배웠고 또한 전업 공익인권변호사의 삶을 엿볼 기회도 있어서 내가 처음 실무수습을 시작하면서 기대했던 것 이상을 가져간다고 생각한다.

 

아쉬움이 있다면 7월 내내 모두들 바쁘셔서 개인적으로 사무실 분들과 친분을 다질 시간이 부족했다는 점이 있다. 류민희 변호사님은 실무수습 기간 내내 계시지 않았고 김재왕 변호사님 김동현 변호사님도 출장과 휴가로 일주일씩 자리를 비우셨다. 내가 먼저 적극적으로 말도 걸고 이것저것 물어보고 했어야 했다는 아쉬움도 역시 남는다. 모든 사무실 분들께 이 자리를 통해 정말 감사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아직 이제는 사무실에 가지 않는다는 게 어색하다. 왠지 내일도 출근해야 할 것 같다. 701호의 문을 열면 문 바로 앞의 레사님이 고개를 돌려 인사해 주실 것이고 12시면 홈(사무실)메이드 점심식사가 그리워질 것 같다.


글_김예현 (2013년 희망법 여름 실무수습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