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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에 비친 희망법

[오마이뉴스] 무지개로 물든 미국, 아직은 '무채색' 한국

무지개로 물든 미국, 아직은 '무채색' 한국
미국 대법원은 '동성결혼 합헌' 선고... 한국은 법정싸움 이제 시작

 

15.07.01 10:56 l최종 업데이트 15.07.01 10:56l 박소희(sost)

 

2015년 6월 26일, 미국이 무지개로 물들었다. 이날 연방대법원은 5대 4로 동성결혼을 금지하는 주(州)법과 다른 주에서 이뤄진 동성결혼을 승인하지 않는 것은 위헌이라고 판단했다. 선고 직후 기자들은 속보를 쓰기 위해 눈썹 휘날리게 달렸고, 성소수자들은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백악관도 성소수자 인권을 상징하는 무지갯빛 조명을 비추며 대법원 판결을 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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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동성결혼 합헌' 환호했지만... 갈 길 먼 한국

 

한국 법원은 2000년대 중반에서야 성소수자 문제를 두고 처음으로 의미 있는 판단을 내놨다. 2006년 6월 22일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지형 대법관)는 성전환자 A씨가 호적상 성별을 여자에서 남자로 바꿔달라며 낸 호적정정 신청 재항고 사건에서 성별 변경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은 원심을 깨고 사건을 청주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사법부가 처음으로 "성전환자도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향유하며 행복 추구권과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가 있고, 이 권리들은 마땅히 보호받아야 한다"고 선언한 사건이었다.

 

그런데 당시 대법원은 성별 정정 허가의 조건으로 '성기 성형'을 내세웠다. 또 그 성에 맞춘 의복, 두발 등 외관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성전환자 성별변경 관련법 제정을 위한 공동연대'는 대법원 판결 자체를 환영하지만, 이 대목만큼은 수술 자체가 위험한 데다 수천만 원이 들어가는 탓에 성기 성형을 하기 어려운 성전환자들의 현실을 고려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5년 뒤 대법원은 한 발짝 더 뒤로 물러났다. 2011년 9월 2일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박시환 대법관)는 성전환자가 혼인관계를 유지하고 있거나 미성년자 자녀가 있다면 성별정정을 허가할 수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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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대법원보다 한 발짝 나아간 하급심 판결도 있다. 2013년 3월 15일 서울서부지방법원(재판장 강영호 법원장)은 여성에서 남성이 되기 위해 유방과 자궁절제수술 등은 했지만 성기 성형수술을 받지 못한 B씨 등 성전환자 5명의 성별 정정 신청을 받아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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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진전을 이룬 성전환자의 성별 정정 문제와 달리 동성결혼은 이제 걸음마를 떼는 수준이다.

 

첫발을 내딛은 주인공은 영화감독 김조광수씨와 영화사 레인보우팩토리 대표 김승환씨 부부다. 부부는 2013년 9월 7일 청계광장에서 공개결혼식을 올렸고, 12월 10일 서대문구청에 혼인신고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서대문구청장은 민법상 동성혼은 혼인이 아니므로 두 사람은 혼인의 당사자가 될 수 없다며 그들의 혼인신고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조광수·김승환 부부는 여기에 불복, 지난해 5월 21일 소송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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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기 전에는 인정받지 못할 것 같아서..."

 

두 사람의 재판은 7월 6일 첫 심문기일이 열린다. 김조광수 감독은 지난 29일 자신의 트위터에 "미국 연방대법원 판결로 우리 부부의 결혼소송에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보인다"며 "대한민국 법원도 헌법에 명시된 평등권을 보장하는 판결을 해주길 바란다"고 썼다. 하지만 "내가 죽기 전에는 (동성결혼 합법화가) 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갑자기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며 심란한 속내를 털어놓기도 했다.

 

이 소송을 대리하는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 만드는 법' 류민희 변호사도 30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사법부에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새정치민주연합 김한길·최원식 의원이 각각 발의한 차별금지법을 보수기독교단체 반대 탓에 철회한 일을 언급하며 "입법부가 소수자 인권을 제대로 보장 못 하는데, 사법부의 의무가 소수자 인권 보호 아니냐"고 했다. 이어 "법원은 문헌에 너무 얽매이거나 선례를 좁게 해석하기보다는 헌법의 평등권이 현재 어떤 의미인지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원문보기]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1232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