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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에 비친 희망법

[여성신문] 인격·존엄 무너진 일터로 출근한다

인격·존엄 무너진 일터로 출근한다

직장인 62.3% “회사서 괴롭힘 당해”
욕설·차별·왕따·폭력 등 다양
비정규직·성희롱 피해자·육아휴직 사용자 등도 피해 입어

 

장인 10명 중 6명은 오늘도 전쟁터 같은 일터로 출근한다. 직장 상사에게 욕설을 듣거나 차별을 받고 때로는 업무에서 배제되거나 불가능한 업무 지시를 받아야 하는 일터는 전쟁터와 다름없다.

 

‘직장 내 괴롭힘’ 문제가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비정규직이나 성희롱 피해자, 육아휴직 사용자같이 ‘을’의 위치에 놓인 노동자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 직장 내 괴롭힘 문제가 노동자의 인격권과 건강권, 노동권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지만, 이를 막을 법·제도에는 한계가 많아 보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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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영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과 서유정 한국직업능력개발원 부연구위원이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한·일 여성노동 포럼’에서 발표한 ‘한국의 직장 내 괴롭힘 실태 및 법·제도적 보호 현황’ 자료에 따르면 노동자 62.3%가 6개월간 한 번 이상 이 같은 직장 내 괴롭힘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괴롭힘을 겪어보지 않은 노동자는 11.4%에 불과했다.

 

직장 내 괴롭힘은 외면, 고립, 차별, 홀대, 공격, 폭력 등 직장 내에서 노동자의 인격과 존엄을 침해하는 모든 행위를 뜻한다. 폭언과 욕설, 왕따, 성희롱 외에도 조직원이 아니고서는 눈치채지 못할 만큼 교묘하게 폭력이 가해지는 경우도 많다. 상사의 타당성 없는 비난이나 차별 대우, 소리를 지르거나 창피를 주는 일, 과도한 업무 모니터링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회사에 비협조적인 노동자에 대한 보복의 수단으로도 악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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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내 괴롭힘은 피해자의 정신적·신체적 건강을 해치고 조직 전체에도 손실을 준다. 서 연구위원에 따르면 실제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한 손실 비용은 건당 최소 1548만원에 달했다. 피해자의 결근이나 대체인력 투입 시 생산성 감퇴, 상사와 감사 직원이 투입해야 하는 시간, 처벌 과정 비용 등을 모두 합한 수치다.

 

현재 프랑스, 스웨덴, 핀란드, 캐나다, 일본 등에서는 직장 내 집단 괴롭힘을 방지하는 법이 제정·시행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미흡한 실정이다. 일본과 독일은 행정 지침이나 정책을 통해 직장 내 괴롭힘을 규율하고, 노르웨이는 산업안전보건 법규에 편입시켜 입법하고 있다. 스웨덴과 프랑스의 경우, 별도로 괴롭힘 금지법을 제정해 시행 중이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처음으로 직장 내 괴롭힘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은 근로기준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새정치민주연합 한정애 의원에 의해 발의됐지만 국회에 계류 중이다.

 

이종희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 만드는법 변호사는 “노동의 불안정화 심화는 괴롭힘의 문제가 있다고 하더라도 이를 제기하기가 어렵게 만들 것”이라며 “정부가 논의하고 있는 저성과자 해고 방안은 조직적인 괴롭힘이 양산되는 구조적 환경을 조성할 수 있고, 상대적으로 더 열악하고 불안정한 지위에 있는 여성이 더욱 괴롭힘의 타깃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어 “직장 내 괴롭힘 문제는 노동자의 인격과 존엄에서 출발해야 하며, 인격과 존업을 쉽게 허물어뜨리는 노동을 둘러싼 구조를 함께 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하나 기자 (lhn21@womennews.co.kr)

 

 

[원문보기] http://www.womennews.co.kr/news/834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