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인보 콤플렉스’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교육과 미디어에서 동성애를 금기로 만들려는 보수 개신교… 성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을 맞아 돌아보는 이들의 논리
제1061호 등록 : 2015-05-13 15:10
“레인보 콤플렉스. 동성애와 트랜스젠더에 대해 지금처럼 공적 담론에서 전방위적 금기가 퍼진 적이 한국에서 또 있었을까 싶습니다.” 한가람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 만드는 법’ 변호사는 지금 한국 사회를 그렇게 진단했다. 억울한 이들을 ‘빨갱이’로 몰고 사상의 자유를 억압했던 ‘레드 콤플렉스’가 지워지지 않은 자리에, ‘레인보 콤플렉스’가 더해지고 있다.
교육과 방송에서 지워라
청소년성교육센터의 교사는 담담하게 자신들의 경험을 전했다. 지난해 12월, 어느 청소년성교육센터 교육장에 한 성인 남성이 침입해 고성을 질렀다. “동성애는 왜 생기나요?” 그는 강의실에 적힌 청소년의 질문 등을 문제 삼았다. 그리고 “왜 이런 것을 가르치냐”며 강의를 방해했다. 그것만이 아니었다. 오랫동안 그 성교육센터에 학생을 보낸 학교에 학부모를 자처하는 이들이 찾아왔다. 교장을 만난 이들은 “그 센터에 학생들을 보내지 말라”고 요구했다. 센터의 한 교사는 “나중에 확인해보니, 정작 그 학교에 다니는 학생의 부모가 아니었다”고 전했다. 이미 센터의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줄기차고 끈질기게 항의하는 글이 올라오고 있었다. ‘동성애 성교육 반대’, 내용은 대동소이했다. 업무가 마비될 정도로 전화도 폭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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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은 죽음이다’(Silence Is Death). 성소수자 인권운동의 고전적 슬로건을 동성애 반대 단체만큼 이해하는 집단도 드물다. 슬로건을 뒤집어 이들은 사실상 “침묵하라” 한다. 이들이 각별히 관심을 두는 분야는 교육과 방송. 지난 2월 교육부가 발표한 ‘국가수준학교 성교육 표준안’(성교육 표준안)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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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신교 장관 그리고 위축 효과
성교육 표준안을 만드는 연구용역은 2013년부터 진행됐다. 나영정 ‘성적지향·성별정체성 법정책연구회’(SOGI 법연구회) 연구원은 “성소수자 단체는 연구 작업이 진행되는지 몰랐다”며 “논란이 되고 나서 보니, 2013년 연구 작업을 종합한 보고서에 이미 동성애 반대 기독교단체의 의견서가 첨부돼 있어서 놀랐다”고 전했다. 이들이 연구 작업 진행 상황에 대해 어떻게 꼼꼼히 알았는지 의문이 든다는 것이다.
성소수자 단체는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시대에 퇴행적인 성교육 표준안이 나왔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황우여 교육부 장관은 개신교 신자로 국회의원 시절부터 ‘국가조찬기도회’ 등에 열성적으로 참여했다. 2007~2008년 성소수자 차별 금지 항목을 담은 차별금지법 제정 반대에도 앞장섰다. 그는 2010년 법조계 개신교 모임 ‘애중회’ 창립 50주년 행사에서 “가능하면 모든 대법관이 하나님 앞에 기도하는 이들이길 바란다”고 말해 물의를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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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은 위축을 낳는다. 앞서 언급한 청소년성교육센터 교사는 “우리 센터의 강사가 학교에 성교육을 가기 전에 강의 내용을 담당 교사에게 점검받는 일이 생겼다”고 전했다. 교과서 편집자는 “한번 수정 요구가 반영되면 앞으로 반복해서 수정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드라마 PD는 동성애 혐오 발언을 일삼은 방심위 위원들 앞에서 머리를 조아렸다. 보수 개신교의 방식은 하나씩 자신들의 뜻이 관철되는 성과를 쌓으며 강화되고 있다. 보수적인 윗선의 눈치를 봐야 하고, 끈질긴 항의에 시달리기 싫은 공무원은 알아서 논란을 피한다.
“법무부는 인권 전반에 관한 정책을 수립 총괄 조정하고 있으며… 귀 단체는 사회적 소수자 인권 증진을 목적으로 하고 있는 단체로서 법무부의 법인 허가 대상 단체와 성격이 상이하여 법인 설립을 허가하지 아니하니 널리 양해하여주시기 바랍니다.” 법무부는 성소수자 단체 ‘비온뒤무지개재단’의 법인 승인을 허가하지 않는 이유를 그렇게 밝혔다. “성소수자 인권은 인권이 아니라는 거죠.” 한채윤 비온뒤무지개재단 상임이사는 법무부의 태도를 그렇게 요약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해 연구용역을 줬던 트랜스젠더 관련 보고서를 아직 발표하지 않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윗선의 의지도 다르지 않다
윗선의 의지도 다르지 않다. 국가인권위, 방심위 같은 기관에 개신교 단체와 비슷한 의견을 가진 이들이 이미 많이 포진해 있다. 지난해 11월 차별금지법 반대운동을 했던 최이우 목사가 국가인권위 비상임위원에 임명됐다. 인권단체는 당시 “국가인권위가 권고한 차별금지법을 동성애 조장법이라며 반대한 인물”이라며 그의 사퇴를 요구했다. 방심위 위원들이 <선암여고 탐정단> 심의 과정에서 쏟아낸 말도 다르지 않았다. 한 방심위 위원은 “성소수자는 다수와 다른 정신적 장애를 앓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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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모두의 문제’가 되었다. 방심위의 <선암여고 탐정단> 중징계에 대해 언론개혁시민연대,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지난 4월29일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성소수자의 인권을 침해했다”며 국가인권위에 진정을 냈다. 앞서 4월13일 열린 성교육 표준안 규탄 집회에 서울시교육단체협의회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서울지부가 함께했다. 나영정 연구원은 “성교육 표준안에 대한 요구에서 보듯이 이들의 목표는 동성애 반대를 넘어선 성적 보수화”라며 “진보 진영에서 공동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견고해진 연대, 격렬해진 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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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윤동욱 기자 syuk@hani.co.kr
[원문보기] http://h21.hani.co.kr/arti/special/special_general/3950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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