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 변호인의 구치소 접견과 피의자신문 참여에서의 문제
변호인이 하는 일에는 교정시설에 있는 피고인을 만나는 일(접견)과 피의자가 수사기관에서 조사를 받을 때 그 신문에 참여하는 일이 있습니다. 시각장애가 있는 변호인이 교정시설의 피고인과 접견을 하고 피의자신문에 참여할 때는 어떤 어려움이 있을까요? 희망법의 김재왕 변호사의 첫 경험(?)을 소개합니다.
○ 교정시설의 피고인 접견
교정시설에 들어갈 때는 휴대폰 등 전자 제품을 교정시설에 맡기고 들어가야 합니다. 아무리 변호인이라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리고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피고인과 접견할 때는 변호인만 접견실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 시각장애인 변호인의 어려움
제가 접견을 하려고 보니 두 가지 어려움이 예상되었습니다. 하나는 전자 제품을 가지고 갈 수 없는 문제였습니다. 저는 접견 내용을 기록하고 법령 등을 보기 위해서 노트북이 꼭 필요했습니다. 만약 노트북 반입이 안 된다면 피고인과 나눈 이야기를 기록할 방법이 없었습니다. 또한 관계 법령을 보지 못하면 피고인과 상담을 하는데에도 제약이 있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다른 하나는 접견실에 다른 사람과 같이 들어갈 수 없는 문제였습니다. 피고인의 몸 상태를 확인하거나 피고인이 가지고 온 서신 등을 익기 위해서는 활동보조인의 동석이 필요했습니다. 저는 피고인이 있던 서울구치소 측에 접견 신청을 하면서 노트북 사용과 활동보조인 동석 등을 장애인에 대한 편의제공으로 요청했습니다.
○ 서울구치소에서의 접견
편의제공 요청을 받은 서울구치소 측은 상당히 적극적으로 요청을 받아 주었습니다. 우선 노트북 사용은 예외를 인정했습니다. 그래서 접견실에서 피고인과 나눈 이야기를 기록할 수 있었습니다.
다만, 활동보조인 동석은 활동보조인의 신원 확인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거부되었습니다. 활동보조인이 피고인과 공범 관계에 있을 수 있다는 이유였습니다. 만약 활동보조인이 피고인과 공범 관계에 있지 않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면 활동보조인 동석도 가능하다는 것이 구치소 측의 입장이었습니다. 실제로 접견에서 통역이 필요한 경우에 신원확인을 거친 통역사가 동석한다고 했습니다. 합리적인 이유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경찰서에서의 피의자신문 참여
피의자신문에 참여한 변호인은 신문 후 의견을 진술하거나 신문 중이라도 부당한 신문방법에 대하여 이의를 제기할 수 있고,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의 승인을 얻어 의견을 진술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변호인이 참여하면 피의자가 심리적 부담 없이 신문에 응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신문에 참여한 변호인은 신문 내용을 기록하곤 하는데 보통 노트북의 사용은 금지된다고 합니다.
○ 시각장애인 변호인의 어려움
피의자신문 참여에 있어서도 크게 두 가지 어려움이 예상되었습니다. 하나는 피의자신문 과정에서 노트북을 사용하지 못할 경우 그 내용을 기록할 수 없다는 문제였습니다.
다른 하나는 피의자신문조서의 파일을 제공받을 수 있는지였습니다. 조서의 파일이 있다면 문서읽기 프로그램을 통해 그 내용을 쉽게 확인할 수 있지만 파일이 없다면 피의자 등이 대신 읽어 주는 것을 들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대신 읽어 주는 경우는 아무래도 그 내용을 반복하여 확인하는데에 어려움이 있기 마련입니다. 저는 금천경찰서의 담당 경찰관에게 신문에서의 노트북 사용과 조서 파일 제공 등을 장애인에 대한 편의제공으로 요청했습니다.
○ 금천경찰서에서의 피의자신문참여
편의제공 요청을 받은 담당 경찰관은 상당히 호의적이었습니다. 신문에서의 노트북 사용은 흔쾌히 수락했습니다. 그래서 피의자신문이 진행되는 동안 그 내용을 기록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조서 파일 제공은 내부 보안상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거부되었습니다. 그래서 출력한 조서를 피의자가 읽어 주는 방법으로 내용을 확인하였습니다. 조서 내용이 길지 않아 큰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조서 내용이 길거나 시각장애인인 피의자가 혼자 신문을 받은 경우에는 상당히 불편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앞으로의 과제
교정시설의 피고인 접견에 있어서 장애인 변호인에 대한 지침이 마련되어야 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활동보조인이 접견에 동석할 수 있도록 통역사에 준한 지침 등이 있다면 좋을 것입니다.
시각장애인인 피의자나 변호인이 피의자신문조서 등의 내용을 확인할 수 있도록 수사기관에서 조서 파일을 제공할 수 있는 방법이 마련될 필요가 있겠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파일의 복사를 방지하는 저장장치를 활용하는 등의 기술적 조치가 수반되어야 하고 수사기관의 내부 보안 문제도 개선되어야 할 것입니다. 희망법이 할 일이 또 생겼습니다.
글_김재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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