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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북부지법은 이날 법의 날과 시각장애인의 날을 맞아 서울 한빛맹학교 학생 25명을 초청해 법원 견학 및 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는 시각장애인 최영 판사(33)와 한빛맹학교 김찬홍 교사(38) 및 김재왕 변호사(35) 등이 함께 참석했다.
커다란 안경을 낀 박보람양(16·여)은 동급생 최요셉군(16)과 팔짱을 끼고 법원 안으로 성큼 들어섰다. 다른 동급생도 선생님이나 친구와 팔짱을 끼거나 어깨에 손을 올리고 법원을 견학했다. 전맹(시력이 전혀 없는 상태)인 학생도 있었지만 박양처럼 잔존시력(안경 등을 끼면 물체나 빛을 감지하는 상태)이 남아있는 학생도 있었다.
학생들은 법원 내 형사법정과 구치감을 구경했다. 박양 등은 직접 구치감에 들어가 쇠창살을 만져보거나 내부에 들어가서 창살 너머로 다시 바깥을 바라보기도 했다. 자리를 옮긴 학생들은 방청석에 앉거나 직접 법대(판사가 앉는 좌석)에 앉는 등 고요했던 법정 안이 시끌벅적한 대화로 울렸다.
오원찬 공보담당판사는 학생들에게 "구치감은 피고인 등이 구치돼 대기하는 장소로 재판에 들어가기 전 이 장소에서 기다린다"며 "방청객이 바라보는 시선에서 오른쪽 법대에 앉는 판사가 우판사며 왼쪽에 앉는 판사가 좌판사"라고 설명했다.
최군은 방송으로만 접하던 법정을 직접 오게 돼 신기하기만 하다. 최군은 "TV 드라마나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보던 법원을 직접 와보니 신기하다"며 "여기 와서 민사소송 액수가 1억원 이상이면 판사 3명이 참여하는 합의부로 진행된다는 새로운 사실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사춘기 시절 방황했던 김 교사는 자신과 같은 시각장애인 학생들이 이곳에서 꿈을 키우길 바란다. 김 교사는 이번 기회가 학생들이 좀 더 다양한 진로를 접할 계기가 될 거라고 귀띔한다. 그는 "우리 때만 해도 안마 외에는 다른 진로를 선택하기 어려웠다"며 "학생들이 최 판사나 김 변호사를 우상으로 삼아서 열심히 공부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공익변호사 단체 '희망을 만드는 법' 소속 김 변호사는 시각장애 학생들이 저작권 문제로 점자자료 등을 구하기 어려운 현실을 지적했다. 또한 갑자기 찾아온 후천적 시각장애로 느꼈던 막막함을 학생들과 공유했다.
김 변호사는 "장애인들이 일반 파일을 음성파일로 전환하려면 파일을 직접 가져오거나 작업하는 과정이 필요한데 중앙도서관이 제대로 갖춰놓지 않았다"며 "법적으로 중앙 도서관은 모든 출판물을 의무적으로 2권씩 음성과 점자자료로 구비해 시각장애인에게 제공해야하는데 제대로 돼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불법이라도 음성 파일로 변환하지 않으면 학생들이 제대로 공부할 수 없다"며 "학생들이 지적했듯이 제한된 환경을 제도적으로 보완하고 개선할 방책을 연구해야겠다"고 밝혔다.
원문보기 http://www.mt.co.kr/view/mtview.php?type=1&no=2013042416011529248&outlink=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