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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법 활동/미분류

남산의 재발견






어떤 이의 부모에게는 도저히 넘어갈 수 없어 통곡만 하다가 돌아갔다는 곳. 그 담이 허물어져 내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어떤 이에게는 여전히 넘어갈 수 없는 담으로 보이는 곳.  


일제강점기로 거슬러 올라가면 통감관저 터. 이완용이 나라를 통째로 넘겨주는 옥새를 찍었다는 곳. 곳곳에 민족의 정기를 끊기 위해 신사를 세웠다는 곳. 


청와대와 마주 보고 있어서 안기부의 최초 시작이 된 막사가 있었다는 공터. 


누군가는 눈이 가려진 채로 肉국으로, 누군가는 지하실로 끌려가서 고문을 당하거나 동료의 고문당하는 소리에 몸서리쳤던 곳. 


육중한 몸으로 고문을 못 이겨 뛰어내렸거나 아마도 죽어서 떠밀린 곳.



 

지금은 문학의 집으로 조성되어 있는 곳에서 안기부장은 잠을 자고 눈을 뜨면 예쁜 산책로를 지나 안기부 본부(지금의 유스호스텔) 집무실에서 일상적인 업무를 수행했겠지.  


공감 인권법 캠프로 다녀오기도 했던 남산 유스호스텔과 그 인근에 그렇게 많은 사람의 한이 서려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터널을 지나 만난 별관은 이제 비워진다. 이곳을 중심으로 이제 남산은 인권의 숲으로 다시 태어나려고 한다.(http://namsan.hrcenter.or.kr/


아름다운 산책로로 많은 이들에게 위로와 행복을 주는 공간도 참 고맙지만, 우리가 외면하면 안 되는 역사와 우리가 반드시 기억해야 할 진실이 그곳에 있기에 우리는 남산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기회를 준 희망법이 참 고맙다.  


늦가을 뜻밖에도 늦게까지 지지 않고 남아준 고마운 단풍들 덕에 눈까지 호강하고, 따뜻한 후원회원 동지들을 만나 마음이 든든했던 하루. 다시 한 번 고맙습니다. 


다음에 또 불러주세요. 제 마음과 몸이 굳어지지 않도록. 




추신. 함께 갔던 이모님 부부는 평생을 조선일보의 애독자로, 선거에서는 항상 기호 1번만을 찍으셨고, 4대강 사업은 우리나라의 숙원사업이라고 믿는 분들이신데, 오늘의 기행이 분명 마음이 편치 않으셨을 것 같다. 그래도 나의 가까운 가족들에게 내가 함께 가고 싶은 길을 가는 희망법을 소개해 드리고 싶은 마음에 동행을 권하였었고, 잘한 것 같다.


글_이주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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