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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법 활동/기업과 인권

[재판소식] 르노삼성 성희롱 사건 민사소송 항소심 – 1심 뒤집고 회사 책임 인정 판결! (1)

[재판소식] 르노삼성 성희롱 사건 민사소송 항소심 

– 1심 뒤집고 회사 책임 인정 판결! (1)


희망법 이종희 변호사는 르노삼성자동차 직장 내 성희롱 사건 해결을 위한 법률지원단의 일원으로 성희롱 신고 이후 회사의 불이익 조치에 대해 남녀고용평등 위반으로 고소 대리를 하는 한편, 손해배상청구소송의 항소심을 대리하였습니다. 최근 항소심 판결이 선고되었기에, 재판소식을 전해드립니다. 


지난 2015. 3. 17. 르노삼성자동차 성희롱 사건 해결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가 마련했던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에 대한 불이익 조치 OUT 선포식' 모습 (사진 출처: 한국여성민우회 페이스북)


지난 2015년 12월 18일, 2012년~2013년 르노삼성자동차에서 발생했던 성희롱, 그리고 사내 신고 이후 불이익 조치에 대한 손해배상청구소송 항소심에서 원심을 깨고 회사의 책임을 인정(일부 인용)하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관련 기사 – KBS, 법원 “직장 내 성희롱 회사도 책임… 몰랐다고 면책안돼”


위 판결은 아쉬운 점은 있으나, 직장 내 성희롱에 대한 사용자책임의 범위를 확대하고, 남녀고용평등법에 규정된 ‘성희롱 피해자에 대한 불리한 조치’의 의미와 판단기준에 대해 처음으로 구체적으로 밝혔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판결입니다. 


이 사건은 직장 내 성희롱 자체에 대한 불법행위책임과 성희롱 신고 이후 성희롱 피해자가 겪었던 불이익한 조치들에 대한 불법행위책임 부분으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먼저 직장 내 성희롱 자체에 대한 사용자책임 부분에 관해서 설명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직장 내 성희롱에 대한 사용자책임 – 민법 제756조의 책임 성립 여부


이 사건에서 원고는 직속상사로부터 1년 가까이 성희롱 피해를 겪었는데요, 다른 곳에서 원고를 대리했던 1심에서도 상사의 행위가 직장 내 성희롱에 해당된다며 가해자의 불법행위책임이 인정되었습니다. 그러나 회사의 책임은 인정받지 못했습니다. 회사 책임의 근거조항은 민법 제756조입니다. 


[민법]

제756조(사용자의 배상책임) ① 타인을 사용하여 어느 사무에 종사하게 한 자는 피용자가 그 사무집행에 관하여 제삼자에게 가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그러나 사용자가 피용자의 선임 및 그 사무감독에 상당한 주의를 한 때 또는 상당한 주의를 하여도 손해가 있을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② ③ (생략)


피용자의 사무집행에 관한 불법행위에 대하여 사용자가 가해자와 공동으로 책임을 지는 것입니다. 사용자가 피용자를 통해서 이익을 보았다면 그 손해에 대해서도 책임을 지라는 것이지요. 피용자에 대한 사용자의 주의감독을 촉진하고, 피해자를 두텁게 보호하기 위한 장치입니다. 


1심의 판단 – 사용자책임 성립 부정, 가해자의 개인적 일탈행위일 뿐?


그러나 1심에서는 회사의 사용자책임이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가해자가 원고와 사적인 자리를 갖기 위해 접근하면서 개인적으로 성희롱 행위가 이루어진 것이고 회사도 알 수 없었으므로 ‘사무집행에 관한 불법행위’가 아니라는 이유였습니다. 즉, 회사와는 관련 없는 가해자 개인의 일탈행위로 본 것입니다. 


하지만 직장 내 성희롱은 한 저질 상사의 개인적 일탈행위가 아닙니다. 회사 내에서 그러한 성희롱이 용인되기 때문에, 그래도 될 것 같으니까 하는 것이지요. 즉, 직장 내 성희롱은 기업의 정책, 조직 문화와 관련된 문제입니다. 


항소심의 판단 – 상급자의 부하직원 성희롱의 경우 원칙적으로 사용자책임 성립


항소심에서 이 부분을 강하게 주장하였고, 다행히 회사의 사용자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이 이루어졌습니다. 단순히 이 사건에서 사용자책임이 인정된다는 판단을 넘어 직장 내 성희롱에 대한 사용자책임을 확장하는 판시가 있었습니다. 

"남녀고용평등법에 따라 사업주의 사무에는 위와 같은 직장 내 성희롱 예방 등의 사무가 규범적으로 포함되게 되었다 할 것이고, 나아가 주로 피해 근로자의 업무환경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상급자가 그 지위를 이용하여 직장 내 성희롱을 자행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남녀고용평등법의 위와 같은 입법취지를 실질적으로 구현하기 위하여는, 동료 근로자나 단순 상급자는 별론으로 하고, 적어도 부하직원의 업무환경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상급자의 경우에는 설령 사업주로부터 명시적으로 직장 내 성희롱 예방 등의 직무를 부여받지 않았다 하더라도 그 부하직원에 대한 직장 내 성희롱 예방 등은 규범적으로 그가 수행하여야 할 직무의 하나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부하직원의 업무환경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상급자가 그 부하직원에 대하여 직장 내 성희롱을 한 경우에는 그 자체로 직무위반행위로서 민법 제756조에서 말하는 ‘사무집행에 관한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피고는 성희롱에 관한 최초의 판결인 서울대 성희롱 사건(대법원 1998. 2. 10. 선고 95다39533 판결, 가해자의 책임은 인정되었으나, 사용자라 할 수 있는 서울대학교와 국가의 책임 부정되었음)에 관한 대법원 판결을 들며 사용자책임이 성립되지 않는다고 주장하였습니다. 그러나 고등법원은 서울대 성희롱 사건은 법률에 사업주의 직장 내 성희롱 예방 등의 의무가 도입되기 전의 사건으로 이 사건에서 적용될 수 없다고 배척하였습니다. 개인의 일탈행위로 보고 사무집행관련성을 좁게 보았던 과거의 성희롱 사건에 관한 판결의 한계를 극복하였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 사건에서는 공동으로 변제책임을 지는 성희롱 가해자가 이미 변제하였기 때문에 이 부분 청구는 최종적으로 기각되었습니다.)


글_이종희


(2)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