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법 재판소식]
2014년 6월 10일 세월호 집회에 대한 경찰의 금지통고처분 취소소송 승소
“피고(종로경찰서)가 2014년 6월 9일 원고에게 한 옥외집회금지 통고처분을 취소한다”
1. 2014년 6월 10일 세월호 집회 신고 장소 61곳 모두에 대해 금지통고(불허), 69명 연행
2014년 6월 10일. 세월호 참사의 희생자를 추모하고 참사에 대한 정치적 책임을 묻기 위해 학생, 한국작가회의, 종교단체 등은 ‘청와대 만인대회’라는 이름으로 추모대회, 길거리 토크, 거리기도회 등을 개최하고자 했다. 6월 10일은 군부독재에 맞선 1987년 6월 민주항쟁이 27주년을 맞는 날이기도 했다. 6월 10을 기념하기 위해 집회를 하고자 하는 단체들은 국립민속박물관 입구를 비롯하여 청와대 인근 61곳을 집회 개최 장소로 정해서 종로경찰서에 집회 신고서를 제출했다.
집회를 개최하기 전날인 6월 9일. 경찰은 신고된 장소인 61곳 모두에 대해 집회를 불허했고 당일에는 집회 신고 장소를 원천봉쇄했다. 시민들은 이미 공지된 집회에 참석하지 위해 모였고 69명이 연행되었다. 연행자 중에는 고교생 2명과 기자도 포함되어 있었다. 부상자도 발생했다.
<관련기사>
'6·10 청와대 만인대회' 경찰에 원천봉쇄..50여 명 연행 2014.06.11 | 뉴시스 | 미디어다음
2. 어떻게 집회 장소 61곳 모두에 대해 금지를 할 수가 있지? - 취소소송을 제기하다
“집회의 금지는…집회를 허용하는 가능성을 모두 소진한 후에 비로소 고려될 수 있는 최종적인 수단”이라는 것이 헌법재판소에서 명시적으로 밝힌 집회 금지에 관한 요건이다(헌법재판소 2003. 10. 30. 선고 2000헌바67, 83 결정). 61곳 전부에 대해 집회를 불허한 것이 과연 집회를 허용하는 가능성을 모두 소진한 후에 고려된 결정일까? 그럴수는 없었다. 근저에 다른 이유(집회 장소가 청와대 근처라는 이유)가 있고 청와대 근처에서 열리는 집회를 어떻게는 막기위해 집시법상의 근거조항을 마구잡이로 붙였을 가능성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
집회의 장소는 집회의 목적과 특별한 연관성이 있기 때문에 시위 장소로서 선택되는 것이고, 헌법상 집회의 자유는 집회 장소를 항의의 대상으로부터 분리시키는 것을 금지한다(위2000헌바 67,83 결정). 대통령에 대해 항의할 목적으로 집회를 여는 것이라면 청와대 근처에서 집회를 열 수 있어야 한다. 집시법 제11조는 청와대(대통령 관저) 경계로부터 100미터 이내의 장소에서는 절대적으로 집회를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경찰의 이런 마구잡이식 집회 불허는 사실상 청와대로부터 100미터를 넘어선 장소도 집회금지구역으로 만들겠다는 것이었다. 청와대 인근이 모두 집회금지구역이 된다는 것은 분명이 위헌적인 상황이었다.
인권활동가, 집회신고자와 함께 이러한 집시법 위헌적 적용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기로 했다. 불허의 이유를 확인해본 결과, 61곳의 불허 사유가 조금씩 달랐지만 대부분의 장소에 집시법 제8조 제3항(생활평온침해)라는 사유가 들어가 있었다. 집시법 제8조 제항은 △집회 신고 장소가 다른 사람의 주거지역이나 이와 유사한 장소이고, △집회나 시위로 재산 또는 시설에 심각한 피해가 발생하거나 사생활의 평온을 뚜렷하게 해칠 우려가 있고 △그 거주자나 관리자가 시설이나 장소의 보호를 요청할 때 집회를 금지하거나 제한할 수 있는 조항이다. 위 세가지 요건 모두가 갖추어져야 하는 것이다. 집시법상의 생활평온침해라는 제8조 제3항은 집회를 불허하기 위해 최근에 가장 많이 활용되는 조항이다. 이 조항이 엄격하게 해석되지 않으면, 주변에 주거지역이 있는 경우 거의 모든 집회가 다 불허될 수 있다(서울시 면적의 51. 6%가 주거지역이고 그 인근까지 포함해서 모두 집회를 금지할 수 있다면, 집회의 자유라는 권리는 공허해질 수밖에 없다)
61곳 불허된 곳 모두 집시법의 위헌적 적용이 문제되었지만 현실적인 이유로 그 중 가장 문제적인 곳 1곳(국립민속박물관 입구 앞 인도. 경복궁 동촌 출입구쪽-특히 이날은 경복궁 개관도 하지 않는 날이었다)을 선정해서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쟁점은 1. 이곳이 주거지역인지, 2. 이곳에서의 집회가 ‘사생활의 평온을 뚜렷하게 해칠 우려가 있는지’ 3. 주민들이 제출한 탄원서가 ‘시설이나 장소의 보호요청’으로 볼 수 있을지였다. 소송제기시에 가장 중요한 쟁점으로 생각한 것은 2와 3 쟁점이었다. 탄원서의 경우 연명한 주민 모두가 ‘장소를 보호요청’하는 의미로 서명을 했는지, 아니면 누군가가 연판장을 돌리니 그냥 써 준 것인지도 중요한 쟁점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설마 탄원서를 받지도 않고 집회를 금지했을거라는 생각은 못했다(경찰이 그런식으로 행정행위를 한다는 것은 상상밖의 일이었다)
3. 소송을 진행할수록 증폭되는 의문들-주민들이 탄원서를 제출한 것이 사실인가?
종로서측에서 제출한 탄원서가 뭔가 이상했다. 탄원서의 작성일자도 적혀있지 않았고 집회장소와 한참 거리가 먼 안국역 근처에서 많은 사람들이 연명을 한 것도 이상했다. 집회를 신고한 것이 6. 7. 밤 11시 전후인데(6. 8. 로 넘어가는 시점. 6. 8. 은 일요일이다) 주민들은 어떻게 국립민속박물관쪽에 집회 신고가 된 것을 알아서 6. 8. 탄원서에 연명을 하고 종로서에 제출을 했을까. 종로서에서는 집회 신고가 접수되면 주민 중 일부에게 이 사실을 알려주는 것인가? 안국역 근처 주민들은 신고한 집회장소의 소리도 잘 안들릴 정도로 거리가 떨어져 있는데 왜 탄원서에 연명을 했을까? 혹시 일단 집회를 먼저 불허하고 나서 사후에 탄원서를 받은 것은 아닐까? 이런 의문점을 소송을 통해 제기했다.
그런데 종로서측에서 예상못한 답변을 했다. 원래 탄원서는 분실했고 소송이 제기된 것을 알고 새로 ‘동일한 탄원서’를 받았다는 것이었다. 이 답변은 더욱 의심스러웠다. 어떻게 분실한 탄원서에 연명한 사람을 모두 기억해서 ‘동일한 탄원서’를 다시 받을 수 있는가?는 가장 상식적인 의문이었고, 왜 그러면 처음부터 탄원서를 분실하고 법원에 제출한 것은 소송 이후 새로 작성한 것이라는 것을 밝히지 않고 마치 원래의 탄원서처럼 슥~제출을 한 것인가
4. 점점 더 커지는 의혹. 드러난 거짓말
증인신문을 통해 경찰이 ‘동일한 탄원서’를 제출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라는 점이 확인되었다. 이후 다시 종로서는 분실한 탄원서를 찾았다고 하면서 새로운 자료를 제출했는데 그 또한 믿을 수 없었다. 탄원서와 관련한 공방을 시간별로 간단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순번 |
일시 |
내용 |
1 |
2014. 12. 3. |
인근 주민이 6.8. 집회금지를 요청하는 탄원서를 제출하였다고 주장하며 그 증거로 탄원서 등을 제출. 이에 대해 원고는 탄원서의 일자가 없음을 주장하며 6.8. 접수된 탄원서가 맞는지 의문을 제기함. |
2 |
2015. 1. 14. |
종로경찰서는 처음에는 마치 6월에 받은 것처럼 탄원서를 제출하였다가 원고가 의문을 제기하자, 비로소 12월에 제출한 탄원서는 사실 6월 8일에 접수한 탄원서가 아니라(6.8. 접수한 탄원서는 분실), 소송이 제기된 것을 알고 분실된 탄원서와 ‘동일한 내용’의 탄원서를 ‘재접수’하였다고 주장. |
3 |
2015. 5. 21. |
증인신문을 통해 종로경찰서가 동일한 내용으로 재접수했다는 탄원서는 이전 탄원서와 동일성도 없고, 6월 10일 집회와 무관한 탄원서였음이 밝혀짐. |
4 |
2015. 7. 3. |
피고는 분실한 탄원서 중 일부인 연명부를 2015년 6월 말~7월 초 경 다시 찾았다고 주장하며, 표지와 일자가 적혀있지 않는 4장의 연명부(80명 연명)를 제출함. |
5 |
2015. 9 .1. |
진선미 의원실의 자료를 통해 2014.6.7.~6.9. 사이에는 집회 관련 탄원서가 접수된 사실이 없음이 드러남. |
6 |
2015. 10. 7. |
원고가 장하나 의원실 자료를 증거로 제출함. 장하나 의원실 자료에는 종로경찰서에서 6월 말에 찾았다는 탄원서가 이미 2월에 장하나 의원실 자료에 첨부되어 있었음. 즉 2015년 6월 말~7월 초에 피고가 탄원서를 발견했다는 주장이 사실이 아님이 드러남. |
7 |
2015. 10. 8. |
종로경찰서는 분실한 문서를 찾았다는 6월은 2월의 오기이며, 탄원서를 찾은 것은 사실 2월이었다고 다시 주장을 변경함. 그러나 2015년 2월에 찾은 탄원서를 그 동안 2015년 5월까지 왜 계속 분실했다고 말했는지 명확한 답변을 하지 못함 |
5. 2015. 10. 22. 서울행정법원 판결
행정법원은 집회 장소가 주거지역과 유사한 장소이고, 사생활의 평온을 뚜렷하게 해칠 우려가 있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 이 사건 처분은 그 전에 이 사건 집회신고 장소 인근 거주자로부터 장소 보호 요청이 있었음을 인정하기에 부족하여 위법”하다고 하며 “피고(종로경찰서)가 2014년 6월 9일 원고에게 한 옥외집회금지 통고처분을 취소한다”는 판결을 선고했다.
<관련기사>
법원 "세월호집회 금지 탄원서 가짜 가능성"..집회금지 취소 2015.10.27 | 경향신문 | 미디어다음
6. 종로서의 항소. 남은 쟁점들
종로서는 행정법원의 판결에 대해 불복하며 항소를 제기했다. 곧 항소심 재판이 시작될 것이다. 1심에서는 탄원서의 진위 여부가 문제가 되어 집회 금지통고가 취소되었지만 여전히 남아있는 쟁점들이 있다. 집회 장소가 정말 사생활을 뚜렷하게 침해할 우려가 있는지, (재판과정에서 탄원서를 재활용하는 경우가 발견되었는데) 이전에 받은 탄원서를 반복해서 집회 금지의 사유로 삼는 것이 타당한지, 경찰이 집회 신고된 사실을 주민들에게 알려주는 것인지, 경찰은 탄원서를 분실했다고 했는데 이는 민원사무처리에관한 법률등에 위반한 것이 아닌지등 해명되어야 할 것들이 많다.
집회를 하기 너무 힘든 국가이다. 경찰의 행정은 적법해야 하고, 경찰은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해야 한다. 소송을 하면서 이 당연한 말이 농담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참고자료>인권시민사회단체 기자회견(2015년 11월 2일) 첨부 카드 뉴스
경찰, 청와대를 지켜라?
-청와대 인근 무더기 집회금지에 제동이 걸리다. 수상한 주민 탄원서와 엇갈리는 경찰의 진술, 진실은?
-2014. 6. 7. 청와대 인근 61곳에 집회 신고
-2014. 6. 9. 61곳 모두에 대한 금지통고
-2014. 6. 10. 원천봉쇄된 가운데 만인대회 개최, 69명 연행
2014. 12. 3. 경찰, 인근주민이 집회 금지요청 탄원서를 제출하였다고 주장. 탄원서를 증거로 제출
*이후 1월 14일, 경찰은 6월 8일 접수한 탄원서는 분실했고, 동일한 내용의 탄원서를 재접수 하였다고 주장
2015. 5. 21. 증인신문에서 경찰의 탄원서가 집회와 무관한 탄원서임이 밝혀짐
2015. 7. 3. 경찰, 분실한 탄원서를 찾았다며 표지와 일자가 없는 연명부 제출
2015. 9. 1. 진선미 의원실 문서송부촉탁 회신서 도착: 2014. 6. 7. -6. 9. 사이 지회 관련 탄원서 접수된 바 없음
*9. 23. 경찰, 잃어버린 탄원서를 캐비넷을 정리하다 발견했다고 주장
2015. 10. 7. 장하나 의원실 제출 자료: 경찰이 찾았다는 탄원서 2015년 2월에 이미 제출된 바 있다(9. 23. 경찰의 주장은 사실이 아님이 드러남)
"이 사건 처분은 그 전에 이 사건 집회신고 장소 인근 거주자로부터 장소보호요청이 있었음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
서울, 생활평온 사유 집회금지통고의 98%는 청와대 앞(2014년 진선미 의원실 자료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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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집회에 대한 허가제는 헌법에 위반되므로, 집회 불허라는 말 자체가 헌법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면 불가능한 용어입니다. (정확한 법적 용어는 ‘집회 금지통고’입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집회에 대한 신고제를 사실상 허가제처럼 운용하고 있기 때문에 현실을 그대로 반영한다는 취지에서 ‘불허’, ‘허가’라는 용어를 그대로 사용합니다.
(2) 이 사건 진행에서 희망법에서 실무수습을 하신 분들의 발로 뛰는 조사와 리서치 초안 작성이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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