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내 울어버린 부부 "인정 받는데 37년 걸리면 어쩌죠"
김조광수·김승환 부부, 첫 동성결혼 소송 시작... "우리 관계 인정해달라는 것뿐"
유성호(hoyah35) 박소희(s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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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5호 법정으로 향하기 전, 김조광수 감독은 "오늘은 저희 부부에게도, 대한민국 성소수자에게도 굉장히 중요한 날이 될 것 같다"며 "법원이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 법 앞에 평등하다는 헌법 정신을 밝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곧 두 사람은 마지막으로 카메라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그들의 왼쪽 옷깃에는 성소수자 인권을 상징하는 무지개 배지가 달려 있었다.
끝내 울어버린 부부 "37년이 걸리면 어떡하죠"
3시간 뒤, 부부는 다시 기자들 앞에 섰다. 애써 웃으며 나왔지만, 심문 기일을 마친 소감을 말하며 두 사람은 끝내 눈시울을 붉혔다.
먼저 눈물을 보인 쪽은 김조광수 감독이었다. 그는 "지난해 김승환씨랑 대만의 한 영화제에서 미국 게이 커플이 동성 결혼을 인정받기 위해 소송을 진행한 과정을 다룬 <리미티드 파트너십>이라는 다큐를 봤다"며 "2013년 두 사람은 38년 만에 합법적인 부부가 될 수 있었는데... 한 분이 2012년에 세상을 떠났다"고 했다.
"무려 37년이다. 혹시 나한테도 37년이 걸리면 어떡하나... 저는 올해로 만 50세다. 법정에서 판사님께 '제발 부탁한다고, 제발 죽기 전에 우리 관계를 인정해달라고, 37년은 걸리지 않게 해달라고' 했다. 오늘 저희 부부 재판 기사에 무수히 많은 혐오... 댓글이 달린 것을 봤다. 우리는 단지 우리 관계를 인정해달라는 것뿐이다. 저는 대한민국 국민의 4대 의무도 다하고 있다. 군대도 다녀왔다. 왜 나는 대한민국 국민인데도, 이렇게... 법정에서 눈물을 보이며 호소해야 하나."
오열하는 파트너를 바라보던 김승환 대표의 눈가도 어느새 촉촉해져 있었다. 마이크를 건네받은 그는 "재판 과정에서 성소수자로 살아가며 겪은 고통을 다시 한 번 느껴서 (저희 둘다) 감정이 격해졌던 것 같다"며 "우리나라가 부디 세계 22번째로 동성 결혼 합법화 국가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김 대표는 차분하게 말을 이어갔지만, 자신들에게 결혼이 어떤 의미인지 설명하던 중 결국 코끝이 빨개졌다. 목소리가 떨렸다.
"결혼이라는 것은 두 사람이 서로에게 헌신적인 관계다. 저는 저희 부모님이 그래왔듯이... 저 역시... 어... 미래까지 그런 관계를 꿈꾸고 있다. 기자회견 참 많이 했는데, 오늘은 정말 쉽지 않네요."
"저도 부모님처럼... 그런 관계를 꿈꾸고 있다"
두 사람의 재판은 정식 소송이 아닌 비송 사건으로, 6일 재판은 모두 비공개로 이뤄졌다. 보통 비송 사건 심문기일은 간단한 절차를 밟지만 이날 재판부는 이례적으로 당사자들뿐 아니라 전문가 참고인과 당사자 신청인, 그리고 변호인과 당사자 진술까지 충분히 청취했다. 류민희 변호사(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 만드는 법')는 "필수 절차가 아님에도 인내심 있게 들어준 재판부에 감사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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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조광수·김승환 부부와 그들의 지지자들은 마지막으로 "우리는 원한다, 평등을! 우리는 원한다, 사랑을! 우리는 원한다, 존엄을!"을 크게 외쳤다. 두 눈이 붉게 달아오른 부부는 어느새 서로를 보며 다시 웃고 있었다.
[원문보기]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1249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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