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희망법 활동/기업과 인권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해서 알아봅시다 -프랑스편(2)-

지난 봄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해서 알아봅시다-프랑스편(1)'을 보시고 2편이 감감무소식이었죠. 

드디어! 2편을 게재합니다. 지난 1편에서는 프랑스에서 직장 내 괴롭힘에 관한 법적 규율이 만들어지기 시작한 배경과 과정을 살펴보았는데요, 이번에는 법적 규율의 구체적인 내용과 중요 쟁점을 판례와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직장 내 괴롭힘 이미지

출처: http://syndicatcgtsanef.wordpress.com/1-harcelement/a-zoom-sur-le-harcelement-managerial/



<1편 목차>

1. 들어가며 : '직장내 괴롭힘이라는 개념을 들어본 적이 있나요?

2.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입법 이전의 대응



3. 정신적 괴롭힘에 관한 법률의 내용


프랑스에서는 (비물리적인)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하여 '정신적 괴롭힘(harcèlement moral)'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게 되었다는 것은 1편에서 보셨죠? 

2002년 1월 17일 사회현대화법률(loi du 17 janvier 2002 de modernisation sociale)이 제정되면서 정신적 괴롭힘에 관한 규정이 노동법전 및 형법전에 도입되었습니다. 이로써 직장 내 괴롭힘은 프랑스 법체계 내에서 독립적인 법적 규율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1)  정신적 괴롭힘에 관한 정의


프랑스 노동법전은 L1152-1조에서 L1152-6조까지 정신적 괴롭힘을 직접적으로 규율하고 있는데요, 그 중에 처음 등장하는 다음 조문을 보시죠. 

L1152-1: 

모든 노동자는 자신의 권리들과 존엄을 침해하거나 신체적·정신적 건강을 훼손하거나 직업적 장래를 위태롭게 할 수 있는 근로조건의 훼손을 목적으로 하거나 그러한 결과를 초래하는 반복되는 정신적 괴롭힘의 행위들을 겪어서는 안 된다. 


Aucun salarié ne doit subir les agissements répétés de harcèlement moral qui ont pour objet ou pour effet une dégradation de ses conditions de travail susceptible de porter atteinte à ses droits et à sa dignité, d'altérer sa santé physique ou mentale ou de compromettre son avenir professionnel.

(프랑스 노동법전 전체 보기)


정신적 괴롭힘의 의미를 규정하면서 노동자가 정신적 괴롭힘을 당하지 않아야 함을 명시하고 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2)  정신적 괴롭힘에 관한 노동법전의 구체적인 내용


프랑스 노동법전에서는 정신적 괴롭힘 금지 규정에 이어 사용자의 예방의무, 형사처벌 등 여러 규정들을 두고 있습니다. 


사용자는 정신적 괴롭힘의 행위들을 예방하기 위하여 필요한 모든 조치들을 취해야 하며(L1152-4)사용자는 가해근로자에 대한 징계를 하여야 합니다(L1152-5조). 또한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하여 근로계약이 파기된 경우 무효로 간주되고, 그밖에 직장 내 괴롭힘 금지의무에 위반된 모든 규정 또는 행위 또한 무효로 간주됩니다(L1152-3조). 프랑스 형법전에서도 정신적 괴롭힘에 관한 조항(222-33-2조)을 두어 형사처벌도 규정하고 있습니다.

 

또한 프랑스 노동법전은 정신적 괴롭힘에 관한 구제절차를 촉진하여 직장 내 괴롭힘 방지를 실질화하는 여러 규정을 두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입증책임의 완화 규정입니다. 노동자가 괴롭힘의 존재를 추정할 수 있는 사실을 제시하면, 상대방이 그 행위들이 괴롭힘과 관계없는 객관적으로 정당화되는 행위임을 입증하여야 합니다(L1154-1). 

노동조합이 정신적 괴롭힘에 관한 소송을 대신 수행하는 것을 가능하게 하여(L1154-2), 개별 노동자가 권리 주장시 돌아가는 부담을 경감시키는 방안도 두고 있습니다. 

정신적 괴롭힘 이후 보복조치를 금지하는 규정도 명시되어 있습니다. 정신적 괴롭힘의 행위들을 겪었거나 겪는 것을 거부한 것을 이유로, 뿐만 아니라 그러한 행위들을 증언하거나 기록한 것을 이유로 제재, 해고, 보수, 직업교육, 재배치, 배치, 직업자격, 직업등급, 승치, 배치전환, 또는 계약의 갱신 등 기타 직접적 또는 간접적인 차별적 조치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규정되어 있습니다(L1152-2). 위 보복조치 금지 의무에 위반된 모든 규정 또는 행위를 무효로 봅니다(L1152-3). 나아가 프랑스 노동법전은 이러한 보복조치에 대하여 1년의 금고와 3,750유로의 벌칙까지 규정하고 있습니다(L1155-2조).


한편, 입증책임에 관한 규정에서 입사지원자(le candidat à un emploi), 인턴 중이거나 교육 기간 중인 사람(à un stage ou à une période de formation en entreprise)도 규정하여 이들을 직장 내 괴롭힘의 보호범위에 명시적으로 포함시켰습니다. 


그 외에 사용자의 노동자에 대한 일반적 예방의무에 관해서는 기존에 ‘건강’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였던 데서 나아가 ‘신체 및 정신 건강’이라고 표현하며, 사용자는 근로자의 신체 및 정신 건강을 보호하는 데 필요한 조치들을 취하여야 한다고 명시하였습니다(L4121-1). 



4. 경영방식에 의한 정신적 괴롭힘의 문제


2008년경 프랑스텔레콤 등 몇몇 기업의 노무관리방식이 논란이 되고 많은 수의 자살자가 발생하자, 정신적 괴롭힘이 성립되기 위해서 가해자의 가해의도가 필요한지, 경영방식으로 인해 발생하는 괴롭힘도 규율 대상이 될 수 있는지 등이 중요한 쟁점으로 제기되었습니다. 


프랑스텔레콤의 자살에 관한 한국 칼럼

[목수정의 파리통신]‘신자유주의의 죄’를 묻는 프랑스


앞의 정의에서 보았듯이 "그러한 결과를 초래하는" 행위도 정신적 괴롭힘에 포함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정신적 괴롭힘임을 인식하지 못한 상태에서 괴롭힘을 행하는 것도 규율 대상에 포함된다고 해석할 수 있을텐데, 하급심 판결에서 그 판단이 엇갈리고 있었습니다.


이에 대해 프랑스 최고법원은 2009. 11. 10. HSBC France 판결에서 정신적 괴롭힘의 성립에 가해의도가 필요없음을 명확히 판시하였습니다(Cass. soc. 10 nov. 2009, 08-41497). 또한 같은 날 Salon Vacances Loisirs 판결에서 “그 자체가 목적이든 아니든 노동 조건을 악화시키는 반복된 행동을 통해 노동자의 권리와 존엄을 침해하거나 그의 신체적·정신적 건상을 훼손하거나 직업적 장래를 위태롭게 만들기 쉬운 상태로 만드는 경영 방식이 상위의 위계 질서에 의해서 성립된다면, 이 역시 직장 내 괴롭힘으로 정의할 수 있다”라고 하여 경영방식이라는 이유가 정신적 괴롭힘의 혐의를 벗어날 수 있는 근거가 되지 않음을 명확히 밝혔고요(Cass. soc. 10 nov. 2009, 07-45321). 이 판결에서 최고법원은 노동자들에게 끊임없는 압박을 주고 직접적인 대화가 아닌 게시판을 통한 비인간적인 소통으로 노동자에게 우울증을 일으켰다면, 이러한 경영방침에 대해 회사의 책임이 인정된다고 보았습니다. 


2010. 2. 3. Socrec 판결에서도 다시금 Salon Vacances Loisirs 판결의 법리를 다시 확인하였습니다. 최고법원은 이 판결의 사안에 대해, 경영관리자가 판매원들에게 집약적 할당량을 주고 극도로 열악한 노동 조건 속에 놓이게 하였고 이러한 상황 속에서 해당 노동자가 동료들 앞에서 두 차례 업무 방식에 관해 근거없는 비난을 받았으며 의료적 처치를 요하는 극심한 스트레스 상태에 처하게 되었다고 보았습니다. 결국 최고법원은 이 사안에 대해 노동자의 권리와 존엄성을 훼손하고 건강을 해쳤다고 판단하며 사용자 측에 근로계약 파기의 책임을 물을만한 정신적 괴롭힘이 인정된다는 판결을 내렸습니다(Cass. soc. 3 fev. 2010, 08-44107).  

   


* 참고문헌

조임영, 「직장내 괴롭힘과 프랑스 노동법」, 『노동법논총』 제25권, 한국비교노동법학회, 2012.

조임영, 「프랑스의 ‘노동에 있어 정신적 괴롭힘(harcelement moral)’규제에 관한 법리」, 『노동법논총』제22권, 한국비교노동법학회, 2011.

Loïc Lerouge, “Workplace Bullying and Harassment in France and Few Comparisons with Belgium: a Legal Perspective”, 2013 JILPT Seminar on Workplace Bulling and Harassment.


프랑스 법조문, 프랑스 판례에 관한 내용은 위 조임영의 논문을 바탕으로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김호원 자원활동가가 수행한 번역을 바탕으로 하였습니다.  


* 2014.12. 2. 내용을 일부 수정하였습니다. 2012. 8. 6. 개정으로 노동법전에서는 현재 정신적 괴롭힘에 대하여 형사처벌하는 규정을 두고 있지 않으며(형법전에서 처벌 규정을 두고 있음) 정신적 괴롭힘과 관련된 보복조치에 대하여 형사처벌 규정을 두고 있는 것으로 확인하고, 이와 관련된 내용을 수정하였습니다.   



글_이종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