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출처 : 뉴시스, http://isplus.live.joins.com/news/article/article.asp?total_id=8483835&ctg=1200&tm=i_lf&mc=1201001)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은 「2012. 6. 16. 희망과 연대의 날 함께 걷자! 함께 살자! 함께 웃자(이하 '희망걷자'」행사에 참여한 시민에 대한 일반교통방해 형사 항소심을 진행하였습니다. 그리고 재판부는 2014. 6. 12.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였습니다!!!
희망걷자 포스터
이 사건은 희망걷자 행사에 참여한 한 활동가가 일시적으로 도로로 통행한 것을 검사가 일반교통방해죄로 기소한 사건이었습니다. 이 사건에 대해 검사는 다음의 공소사실로 기소하였습니다.
"누구든지 육로, 수로 또는 교량을 손괴 또는 불통하게 하거나 기타 방법으로 교통을 방해해서는 아니됨에도, 피고인은 위 행사에 참가고 있던 중 2012. 6. 16. 16:19경 위 행사 참가자들과 공모하여 위와 같이 충정로에서 의주로 사이 전 차로를 점거하고 행진하는 방법으로 일반차량의 교통을 방해하였다"
형법 제185조의 일반교통방해죄는 육로, 수로 또는 교량을 손괴 또는 불통하게 하거나 기타 방법으로 교통을 방해한 자를 10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것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상해죄의 법정형이 10년 이하의 징역, 폭행죄의 법정형이 2년이하의 징역형인 것과 비교하여 볼 때 일반교통방해죄의 법정형은 상당히 무거운 것을 알 수 있는데요.
육로, 수로 또는 교량을 손괴 또는 불통하게 하거나 기타 방법으로 교통을 방해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① 사람의 신체를 상해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① 사람의 신체에 대하여 폭행을 가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50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한다.
이 사건의 당사자와 같이 단순히 집회에 참여한 사람이 폭행이나 협박 없이 차로로 통행하였다는 사실만으로 이렇게 중한 형으로 처벌받아야 한다는 검사의 논리는 이상하지 않나요?
이와 같이 집회의 단순참가자를 일반교통방해죄로 광범위하게 기소하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후반 이른바 촛불시위가 벌어지고 나서부터입니다. 원래 일반교통방해죄는 독일에서 생겨나 일본을 통해 우리나라에 계수된 법률로 독일이나 일본에서는 예컨대, 도로에 돌같은 물건을 두어 통행을 방해하는 경우를 처벌할 때 적용될 뿐입니다. 즉, 우리처럼 집회에 참가한 단순참가자를 일반교통방해죄로 처벌하는 국가는 대한민국 외에 없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검찰은 왜 집회에 참여한 단순참가자를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이하 '집시법')」을 적용하지 않는 것일까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폭행이나 협박등을 하지 않는 집회의 단순참가자를 처벌하는 법률이 집시법에는 없기 때문입니다. 집시법에는 미신고집회의 주최자를 처벌하거나, 집회중 폭행‧협박‧손괴 등을 한 참가자를 처벌하는 규정은 있지만, 이와 같이 폭행‧협박‧손괴 없이 단순히 집회에 참가만 한 사람을 처벌하는 규정을 두고 있지 않습니다.
그럼, 우리는 이러한 법률을 어떻게 이해하여야 할 까요? 집회 및 시위를 규율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집시법이 폭행‧협박‧손괴 등을 하지 않은 단순참가자를 벌하는 규정을 두지 않았다는 것은 미신고집회의 단순참가자의 가벌성이 높지 않기 때문에 형벌로 규율하지 않겠다는 입법자의 태도의 반영인 것입니다.
집회의 자유는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입니다. 사회적 이슈에 대한 국민의 의견표출욕구가 높을 수록 많은 시민들은 집회에 참여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많은 사람이 참여하게 되면 필연적으로 집회참여자는 도로를 통행할 수 밖에 없습니다. 집시법에도 규율하지 않는 단순참가자들을 징역 10년이하의 징역형이 규정되어 있는 일반교통방해죄로 적용하는 것이 과연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할 의무가 있는 국가가 취하여야 할 태도일까요?
그동안 일반교통방해죄를 이와 같이 위헌적으로 적용하여 온 검찰의 태도에 대해서는 많은 비판이 제기되어 왔습니다. 일반교통방해죄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제청도 수차례 제기되었고, 학계나 시민단체에서도 이러한 법적용에 대하여 비판적 입장을 개진해 왔습니다.
'집회 중형 처벌' 일반교통방해죄 위헌 제청(한겨레 신문 기사)
법원에서도 일반교통방해죄의 적용에 대하여 단순히 도로를 점거하였다는 사실만으로 교통의 방해가 발생하였다고 볼 수 없다는 취지의 판시를 하고 있습니다. 희망법이 담당하여 무죄를 선고받은 이 사건도 동일한 취지의 판시입니다. 서울서부지방법원 2014노75판결에서
재판부는
"…피고인은 공소사실 기재 일시, 장소에서 그 기재와 같이 걷기 행사에 참가하여 다른 참가자들과 인도를 따라 충정로에서 의주로 사이 도로를 진행하던 중 16:19경 고가도로로 분리된 도로의 우측 진행방향 3개 차로를 점거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당시 반대편 3개 차로와 가운데 고가도로의 소통은 원활하였던 사실, 피고인 등이 전방으로 이동하면서 차도를 점거한 시간은 16:24경까지로 5분가량에 불과하였던 사실을 각 알 수 있는바, 피고인 등의 이와 같은 도로 점거행위는 차량의 통행을 일시적으로 방해하는 정도의 행위로서 교통을 방해하여 통행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하게 곤란하게 하는 정도에 이르렀다고 보기 어렵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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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고 하여 당사자의 행위가 차도를 '일시적‧병존적'으로 점거한 것에 불가하므로 교통의 방해가 발생하지 않아 무죄에 해당한다고 판시하였습니다. 즉, 사실관계에 대한 판단에 기초하여 무죄 판결을 선고한 것입니다. 이 판례는 집회의 단순참가자에 대하여 일반교통방해죄를 적용하여 처벌하는 것이 집시법의 취지를 잠탈하는 것으로 허용되지 않는다는 법률적인 판단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사실관계를 근거로 일반교통방해죄의 적용범위를 좁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판결입니다. 이번 형사판결을 계기로 헌법상 보장되는 집회의 자유의 행사가 국가에 의하여 '일반교통방해죄'라고 명명되어 침해당하는 일이 없어지기를 바랍니다.
글_김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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