괄호 안에 가둘 수 없는 청소년 인권
- 서울시 학생인권조례 무효확인소송 승소(소각하판결) 소식을 전합니다!
글_조혜인
주민발의에서부터 소각하판결까지
2012. 1. 26. 교육부장관은 서울시의회를 상대로 ‘서울특별시 학생인권조례안 의결’이 무효라는 확인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습니다. 희망법은 위 소송에서 피고인 서울시의회를 대리해왔습니다. 희망법이 창립하면서 처음으로 수임한 사건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11월 28일, 소가 제기된 후 1년 10개월 만에 대법원은 소를 각하하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서울시 학생인권조례는 2011년 서울특별시 주민 8만 5천여명의 서명을 받아 주민발의 형식으로 제안되었습니다. 곽노현 당시 서울시 교육감은 학생인권조례의 제정을 환영하였고 서울시의회의는 주민발의안을 일부수정하여 의결하였습니다. 서울시 학생인권조례는 2012. 1. 26.에 공포되어 효력을 발생했습니다. 경기도, 광주광역시에 이은 3번째 학생인권조례의 탄생이었습니다.
교육부장관은 이러한 서울시 학생인권조례에 대해 재의 요구를 검토한 바 없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혔다가 조례가 공포될 2012. 1. 20. 무렵에야 조례가 상위 법령에 위반되어 무효임을 주장하고 뒤이어 소를 제기하였습니다. 교육부장관의 이러한 소제기는 학생의 인권을 보장·증진해야할 국가기관의 책무를 도외시하는 것이며 지방교육자치의 의미를 훼손하는 것이라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결국 대법원은 교육부장관이 법에 정해진 재의요구 요청기간 내에 교육감에게 재의요구 요청을 하지 않았으므로 이 사건 제소는 부적법하다고 판결함으로써 교육부장관의 소제기가 애초부터 무리한 것이었음을 확인시켜주었습니다.
학생인권조례의 의의와 효과
서울시 학생인권조례는 “「대한민국헌법」, 「교육기본법」 제12조 및 제13조, 「초·중등교육법」 제18조의4 및 「유엔 아동의 권리에 관한 협약」에 근거하여 학생의 인권을 보장함으로써 모든 학생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실현하며 자유롭고 행복한 삶을 이루어나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학생인권조례의 제정은 헌법, 국제인권조약, 초중등교육법령 등의 상위법에 규정된 청소년 인권보장의 정신을 학교현장에 정착시키고자 하는 움직임으로서 국내외에서 많은 환영을 받았습니다.
서울시 학생인권조례가 서울시의회에서 통과된 직후인 2011년 초 유엔 인권고등판부관실에서는 “서울특별시의회가 유엔아동권리협약에 부합하는 서울시 학생인권조례를 성공적으로 제정하여 서울시 학교에 재학 중인 아동과 청소년들의 권리를 보장하게 된 바에 대하여 환영”하면서, “본 조례가 그 무엇보다 학생들에 대한 체벌을 금지하고, 학생들의 사생활, 표현의 자유, 양심과 종교의 자유에 대한 권리를 보장하며, 성적 지향 등 다양한 사유로 행하여지는 차별을 금지하는 조항을 포함하고 있다는 사실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라는 내용의 환영 서한을 보내왔습니다(관련기사).
서울시 학생인권조례의 제정 사례는 또한 인권의 증진에 기여한 대표적인 사회운동의 하나로 평가받아 2012년 유엔 인권위원회 부속기구인 유엔사회포럼에서 ‘아래로부터의 사회운동을 통한 참여적 발전과 민주적 거버넌스를 위한 행동증진 사례’로 선정되기도 하였습니다(관련기사).
소가 1년 10개월이 넘는 기간 동안 계류되어 있는 동안, 서울시 학생인권조례의 시행은 지지부진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제한된 조건 속에서도 학생인권조례의 시행이 학교 현장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내고 있다는 사실이 계속 보고되고 있습니다.
인권친화적 학교+너머 운동본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참교육연구소에서 공동실시한 ‘2013년 전국 학생인권·생활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학생인권조례 시행지역에서는 체벌, 언어폭력을 비롯한 인권침해 경험이 있다고 답한 비율이 미시행지역에 비해 더 적었고, ‘학교에 있으면 숨이 막힌다’, ‘학교를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등 학교 생활에 대해 부정적인 응답을 한 비율도 미시행지역의 학생들에 비해 훨씬 적게 나타나는 등 조례 시행 지역과 미시행 지역 간에 유의미한 응답률의 차이가 존재하였습니다(아래 표 참조).
(출처: 인권친화적 학교+너머 운동본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참교육연구소, 2013년 전국 학생인권·생활 실태조사 결과보고서 52쪽)
또한 교육부의 ‘2013년 상반기 학교폭력 현황분석’ 자료를 토대로 지난해와 올해 17개 시·도교육청별 학교폭력 발생 현황을 검토한 결과, 학생인권조례 시행 지역의 피해 학생 감소율은 조례가 없는 곳의 1.5배, 가해 학생 감소율은 4.1배나 높게 나타나는 등 학생인권조례가 시행된 지역의 학교폭력이 눈에 띄게 감소하였다는 사실이 보도되기도 했습니다(관련기사).
괄호 안에 가둘 수 없는 청소년 인권
인권은 나이와 신분을 묻지 않고 누구에게나 보장되어야 하는 권리입니다. 그러나 유독 '청소년', '학생'의 어떤 인권들은 '유예'될 수도 있다는 잘못된 믿음이 그동안 한국사회에서 공공연하게 통용되어 왔습니다. 전국의 학생인권조례 제정 흐름은 이처럼 부당하게 누락되어왔던 보편적인 인권기준을 각 지역의 학교현장에 정착시키기 위한 것입니다. 각 교육청과 교육부는 특히 헌법과 국제인권조약에 따라 청소년과 학생의 인권을 보장해야할 국내·국제법적 책임이 있는 주체로서, 학생인권조례의 제대로 된 시행을 통해 인권기준이 준수되는 교육 현장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다 해야 할 것입니다. 청소년과 학생의 인권이 더 이상 물음표와 괄호 안에 부당하게 갇히지 않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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