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법 활동/성적지향과 성별정체성

육군 37사단 동성애자 병사 인권침해 국가인권위 진정

희망을만드는법 2016. 4. 27. 16:09

육군 37사단 동성애자 병사 인권침해 국가인권위원회 진정



육군 37사단에서 동성애자 병사에 대한 인권침해와 차별 사건이 뒤늦게 밝혀졌습니다. 2016년 4월 25일, 희망법 류민희, 조혜인, 한가람 변호사가 이 사건의 피해자를 대리해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습니다. 이날 열린 기자회견에서 한가람 변호사가 한 발언을 옮깁니다.




한 동성애자 병사가 있었습니다. 부대에서도 그 병사의 정체성을 알고 있었습니다. 국방부 훈령 "부대관리훈령"은 동성애자 병사의 식별행위를 금지하고 있지만, 군대는 이미 공식적으로 모든 병사에 대해 실질적으로 식별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신체검사에서 실시하는 인성검사에서 동성애적 성적지향을 묻는 설문을 배치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병사는 입대 당시 인성검사에서 동성애적 성적지향을 묻는 설문에 솔직하게 답했고 이를 통해 간부들도 병사의 정체성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렇지만 이 병사는 군생활을 잘 해나갔습니다. 간부들은 이 병사를 예의 주시해 왔지만 다른 병사들과 마찬가지로 군복무를 해 왔습니다. 그러던 중 선임병과 성적 접촉이 있었습니다. 이 일이 있고 난 뒤에도 아무일이 없었지만, 이것이 다른 사람에게도 알려지면서 동성애자 병사는 가해자로 지목되었습니다. 그 선임병은 이 병사보다 몸집도 크고 힘이 있어서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자신은 일방적으로 당했다고 주장했고 군 수사당국은 이미 동성애자 병사를 가해자로 낙인찍은 이후였습니다. 


그리고 동성애자 병사는 대대에서 격리되어 연대 의무대로 강제입실당했습니다. 외출, 외박은 물론 휴가도 제한되었고 전화나 인터넷 이용에도 제약이 있었습니다. 의무실에서는 일과중에는 눕지도 못하고 앉아 있어야 했습니다. 이런 강제입실은 무려 5개월이나 이어졌습니다. 정식 입실도 아니었고 이른바 '가입실'있었습니다. '가입실'이 5개월이나 이어진 것입니다.


이는 환자가 아닌 병사를 위장입실시킨 것이었고 사실상 강제구금이었습니다. "부대관리훈령"에서는 동성애자 병사에 대한 격리조치를 금하고 있었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이로 인해 당사자는 우울, 불안을 호소했고 정신과진료를 받아야 했습니다. 군대 내 인권센터에서도 인권침해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강제입실은 계속되었습니다. 제대 직전에는 영창도 12일간 다녀와야 했고 이에 따라 전역도 늦어졌습니영창에 들어가보니 입창자들은 모두 이 병사가 동성애자라는 사실과 무슨 이유로 영창에 들어왔는지 알고 있었습니다. 입창 기간 역시 극히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번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에서 문제삼는 것은 크게 네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군형법상 '추행'죄를 차별적으로 적용했다는 것입니다. 이 사건에서 진정인이 합의에 의한 관계였다고 진술하고 주변 정황도 강제적일 가능성이 희박함에도 진정인이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가해자로 지목되었습니다.특히 강제적이었다면 오히려 강제추행죄를 적용해야 하는데도 이상하게 '동성애 처벌법' 군형법상 '추행'죄를 꺼내들었습니다. 추행범으로 몰리면서 진정인의 가족들은 상대방에게 합의금을 지급하고서야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습니다. 이 이해할 수 없는 이상한 상황은 단 한가지 때문이었습니다. 바로 이 병사가 동성애자였고 따라서 그의 행위는 동성애 처벌법에 따라 처벌되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동성애자가 아니라는 상대방은 피해자가 되고 진정인만 범죄자로 다루어졌습니다. 군대 내 동성애자가 언제나 잠재적 성범죄자로 여겨지고 있다는 현실을 여실히 보여주는 동시에, 군형법상 추행죄가 있는 이상 군대 내에서 동성애자 병사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낼 수 없다는 것을 확인해 주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편견과 법률 때문에 헌병대와 수사관들은 진정인이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밝히는 데에만 집중했습니다. 남자랑 섹스해 보았느냐, 게이클럽에 가 보았느냐, 성추행을 저질로 오지 않았느냐 등을 묻고 추궁하면서 수치심과 모멸감을 안겨주었습니다. 이렇게 벌어진 수사과정에서의 차별과 인격권 침해를  두 번째로 문제삼으려 합니다.




세 번째로는 무려 5개월간 이루어진 동성애자 격리조치로서의 의무대 강제입실입니다. 진정인은 대대에서 떨어진 연대 의무대에 격리되어 5개월간 환자복을 입고 살아야 했습니다. 대대나 외부와의 연락은 차단되었습니다. 외출, 외박, 휴가가 모두 제한되었습니다. 위장입실, 강제구금이었습니다. 영장도 없이 장기간에 걸쳐 이루어진 신체의 자유, 통신의 자유 침해였습니다. 뿐만 아니라 같은 대대에서 벌어진 다른 병사의 가혹행위에 대해서는 가해자를 다른 부대로 전출시켰다고 합니다. 왜 어떤 사람은 전출이고, 어떤 사람은 의무대 강제입실인지 그 이유를 묻습니다. 이는 동성애자에 대한 평등권 침해의 차별행위입니다.


전역 직전에는 기소유예 처분과 강제입실도 모자라 영창에 들어가야 했습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입창자들은 모두 진정인이 동성애자라나는 사실과 영창에 들어오게 된 이유를 알고 있었습니다. 정체성을 자신의 의사와 관계없이 알려서는 안 된다는 "부대관리훈령"을 정면으로 위반한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내밀하고 민감한 개인정보인 성적지향을 공개하여 헌법상 개인정보자기결정권,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한 것입니다.


이러한 내용을 중심으로 진정인은 오늘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합니다. 국가인권위가 엄정히 이를 조사해서 육군 37사단에서 벌어진 동성애자 병사에 대한 차별과 인권침해를 철저히 밝혀내기를 기대하고 요구합니다. 감사합니다.


_ 한가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