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 "목사와 아버지가 동성애 고친다며 눈 핏줄 터지도록 폭행"
"목사와 아버지가 동성애 고친다며 눈 핏줄 터지도록 폭행"
성소수자 김씨가 받았다는 '무자비한 치료' 대체 어쨌길래…
[제1246호] 2016.03.23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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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아무개 씨(23)는 남자로 태어났지만 어린 시절부터 본인이 여자라고 생각해왔다. 김 씨는 결국 지난해 7월 성전환수술을 결심했고 집안에 이러한 사실을 알렸다. 그러나 목사인 아버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동성애를 치료하고자 했다. 김 씨는 가족의 제안을 받아들여 동성애를 치료한다는 ‘전환치료’를 받았다.
아버지는 김 씨를 대구에 위치한 한 교회로 데려갔다. 김 씨는 그곳에서 치유를 받았으나 효과가 없었다. 이에 아버지는 진주에 있는 교회로 갔다. 이곳에는 영성 치유 센터가 있었다. 김 씨는 이곳에서 3개월간 4차례에 걸쳐 치료를 받았으나 치료 과정은 지옥과도 같았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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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집으로 돌아온 김 씨는 군에 입대했으나 군에서는 김 씨에게 ‘성 주체성 장애’ 판정을 내려 귀가 조치시켰다. 집에 돌아오자 김 씨를 기다리는 사람은 가족과 전환치료를 했던 목사였다. 그들은 김 씨를 폭행하기 시작했다. 김 씨 아버지는 나무막대기로 김 씨를 때렸고 막대기가 부러지자 목검까지 휘둘렀다. 어머니는 방관할 뿐이었다. 참다못한 김 씨는 그 자리에서 맨발로 집을 탈출해 경찰서로 향했다.
경찰서 신고접수를 마친 뒤 김 씨가 찾은 곳은 청소년 성소수자 위기지원센터 띵동이었다. 띵동 관계자는 “처음 김 씨를 봤을 때 얼굴이 멍투성이였고 핏줄이 터져 눈은 핏빛이었다”며 “20대면 성인이고 스스로도 고민이 많았을 텐데 이런 상황을 겪었다니 정말 마음이 아팠다”고 밝혔다.
김 씨는 전치 2주의 상해를 입었다. 아버지와 목사가 두려워서 휴대폰번호까지 바꿨다. 김 씨는 띵동의 지원을 받으면서 2개월가량을 보냈다. 현재는 상의 끝에 지인과 자립해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 사이 경찰은 가정 보호 사건으로 김 씨 아버지를 검찰에 송치했고 아버지는 법원으로부터 상담보호처분을 받았다. 그러나 김 씨를 폭행한 것으로 알려진 목사와 교회 관계자들은 처벌을 받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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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김 씨와 띵동 측은 교회 관계자들을 고소하려고 준비 중이다. 띵동 관계자는 폭행 사실을 부인하는 교회에 대해 “현재 증거가 부족해 증거 수집을 우선으로 하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며 “생생한 증언과 진술로 가해자밖에 알 수 없는 사실들을 바탕으로 접근 중이다. 김 씨 역시 회복하면서 증거를 모으고 있다”고 전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전환치료는 무엇? 폭행 없다면 법적 문제는 없어
지난 3월 9일 띵동을 비롯한 시민단체들이 모여 ‘전환치료는 폭력이다’라는 주제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전환치료근절운동네트워크 발족을 준비 중이라며 전환치료 피해사례를 모으고 있다고 밝혔다.
띵동 관계자에 따르면 전환치료 피해자는 이전에도 종종 있어왔지만 실제 법정으로 넘어간 사례는 찾기 힘들다. 그 이유에 대해 “보통 가족과 종교 내에서 이런 일들이 많다”며 “피해자가 피해사실에 대해서 밝혀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가족과 단절하거나 기존 커뮤니티와 등지게 돼 자기 소리를 내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전환치료라는 명목 아래 어떻게 폭력이 이루어지는지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피해자가 원하면 법적인 대응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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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법상 전환치료는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 조혜인 희망을만드는법 변호사는 “이번 사건 같은 경우 폭력과 협박이 있었기에 처벌이 가능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법적으로 문제 삼기는 어렵다”며 “외국은 이와 관련한 법 개정 시도가 많이 있으나 한국은 아직 구체적으로 논의가 된 적은 없었다”고 전했다. 실제로 최근 브라질 심리학 연방의회는 동성애를 치료 불가능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결의안이 채택됐다. 상당수의 미국 주 역시 동성애 치료를 금지하고 있다.
이에 조 변호사는 “법만으로 규제를 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바람직하지도 않다”며 “종교계 내부적인 대책 마련, 전문가 단체의 논의, 사회적인 법 규제 등 다각적인 측면에서 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