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L] 차별하거나 배제하거나…혐오는 어떻게 관행이 되나
지法형통
차별하거나 배제하거나…혐오는 어떻게 관행이 되나
[the L리포트][혐오를 담은 법-성소수자편]③ "성소수자이기 때문에 안됩니다"
박보희 기자 | 입력 : 2016.03.10 13:42
편집자주 이른바 혐오의 시대다. 혐오가 일상이 됐다. 남성과 여성은 서로를 '극혐'하고, 다수는 소수에 대한 혐오의 감정을 감추지 않는다. '공정과 평등'을 근거로 하는 법과 제도가 도리어 혐오를 인정하고, 혐오의 대상을 처벌하기도 한다. 다수의 소수를 향한 혐오는 법과 제도를 통해 차별을 당연하게 만들고, 그렇게 당연해진 차별은 혐오의 감정을 강화시킨다. 혐오에 따른 차별을 법과 제도가 합리화해주면, 차별은 무례와 죄가 아닌 상식이 된다. 21세기 다수의 혐오가 담긴 법과 제도를 짚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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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전환수술 후 1년 안됐으니 성별정정 안됩니다"
성전환수술을 한 C씨는 법원에 성별정정을 요청했다. 이를위해 정신과 진단서와 성전환시술 의사의 소견서, 부모의 동의서 등을 제출했다. 하지만 법원은 성별정정을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성전환수술을 한 지 1년이 안됐다는 것이 이유였다. 대법원이 정한 예규에 이런 내용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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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람 희망을 만드는 법 변호사는 "법원마다 자의적으로 판단해 요청이 기각되는 경우가 있다"며 "예를들어 자궁절제수술을 받았다는 증명서를 제출했는데 증명서에 '생식능력 회복 가능성이 없다'는 문구가 없다는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기도 한다"고 전했다.
법원이 규정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적용하는 것도 문제지만, 예규 자체가 국제기준과 비교해 너무 엄격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변호사는 "(성별전환 요건이)헌법상 자기결정권 신체를 훼손당하지 않은 권리 등 개인의 기본권을 과하게 침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루인 한국퀴어아카이브 퀴어락 활동가는 "만 19세 이상 성인이어야 신청을 할 수 있는데 부모의 동의서도 요구하고 있다. 또 범죄 경력이 있다면 성별정정이 안되는데, 성별정정과 범죄 경력은 어떤 관계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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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자유권위원회는 지난해 한국에 대해 "성별정정을 법적으로 인정받기 위해 요구되는 과도한 제한이 우려스럽다"며 "트랜스젠더 성별정정의 법적 인정을 용이하게 할 것"을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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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쁘면 '면제' 남자같으면 '현역'?"
트랜스젠더 D씨는 징병신체검사에서 3급 현역 처분을 받고 훈련소에 입소했지만 3일만에 귀가조치됐다. 또다시 신체검사를 받았지만 역시 3급 처분을 받았다. '성주체성장애' 진단서를 받고, 심리검사를 받고, 여성호르몬 처방까지 받았지만, 결과는 같았다. 결국 D씨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성주체성장애가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며 D씨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병무청은 항소를 했다.
'징병신체검사 등 검사규칙'에 따르면 성주체성장애는 경중에 따라 3급에서 5급으로 나뉜다. 군 면제가 되는 5급은 "6개월 이상 치료경력이 있거나 1개월 이상 입원력이 확인된 사람…군복무에 상당한 지장이 초래된다고 판단되는 경우"로 정해놓고 있다. 성전환수술 등 외과적 조치를 해야 한다는 기준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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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한희 SOGI법정책연구회 연구원은 "외과 수술을 하고 와라, 가슴 수술을 한 경우에는 보형물을 빼고 군대에 가면 되지 않느냐는 말을 한 사례까지 있었다"며 "수술을 받거나 정말 여자처럼 생기지 않으면 군면제가 나오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준우 트랜스젠더 인권단체 조각보 활동가 또한 "병무청에 가면 아주 예쁘지 않거나 수술을 받지 않았다면 수술을 강권한다"고 지적했다.
외모와 외과적 수술 여부 등은 징병신체검사 규칙에는 없는 내용이지만 병무청이 자의적으로 기준을 만들어 일종의 '관행'이 되버린 셈이다.
박 연구원은 "규칙 자체에도 문제가 있다"며 "경도와 고도로 수준을 나누고 있는데 이는 고도의 여성이 있고 경도의 여성이 있다는 말인데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한국과 같은 징병제 국가인 대만은 '성심리이상'이라는 별도의 항목을 두고 있다. '심리검사보고서를 첨부한 성주체성장애 진단이 있거나 성전환수술을 받은 경우'에는 군면제를 받도록 정해놨다.
"성소수자 행사·재단 설립 허가하지 않습니다"
비온뒤무지개재단은 사단법인 설립을 위해 서울시와 국가위원회에 설립 신청을 했지만 허가를 받지 못했다. 지난 2014년 법무부에 신청을 했지만 역시 불가 입장을 통보받았다. 통상적으로 단체 설립을 신고하면 20일 안에 허가를 내주도록 돼있다. 법무부는 "법무부는 국가 인권 전반에 관한 정책을 수립, 총괄, 조정하고 있으며 그와 관련된 인권옹호 단체의 법인 설립 허가를 관장하고 있다. 귀 단체는 사회적 소수자 인권 증진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단체로 법무부의 법인설립허가 대상 단체와 성격이 상이하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비온뒤무지개재단은 지난해 7월 서울행정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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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편적으로 법 적용을 해야 할 공권력의 차별은 공공연하게 일어났다. 지난 2014년 서울시 서대문구청은 퀴어문화축제 장소 승인을 취소했다. 당시 서대문구청은 "이에 반대하는 여론이 너무 많아서"라며 "반대 민원이 들어온 것이 영향이 있다"고 취소 이유를 밝혔다.
한국성적소수자인권센터는 '혐오폭력의 구조에 대한 연구'에서 "공적 권리를 박탈하는 폭력"이라며 "특정 집단에 차별적으로 정책을 운용하거나 차별하라고 공공연히 주장하는 행위는 법적 허용 여부 이전에 사회 전반에 만연돼있는 혐오에 올라타 반복 발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원문보기] http://thel.mt.co.kr/newsView.html?no=20160310124782565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