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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와. 구치소는 처음이지. - 활동보조인 레사의 변호인 접견 후기

희망을만드는법 2015. 10. 22. 16:50

어서와. 구치소는 처음이지 - 활동보조인 레사의 변호인 접견 후기


희망법 박상미(레사사무국장은 박래군 선생님과 시각장애인인 김재왕 변호사의 접견에서 김재왕 변호사의 이동과 접견 업무를 돕고자 장애인 편의제공으로 활동보조인의 접견 동석을 신청했습니다지금까지 외국인 수용자의 통역을 위해 통역사가 접견에 동석하는 경우 등을 빼고 비변호사가 접견에 참여하는 경우는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신청을 받은 서울구치소에서는 접견에 동석한 활동보조인이 수용자와 무관하다는 것을 확인하고 접견 동석을 허용했습니다우리나라에서 최초로 변호인 접견에 동석한 활동보조인이었을 것 같은데요이런 편의제공 사례가 확립되어 하나의 절차로 안정화되기를 기대합니다.


1012일 오후 230분 서울 구치소에 수감되어 있는 박래군 선생님과 김재왕 변호사의 접견이 있는 날 이었다. 재왕 변호사의 활동보조 및 사무원의 자격으로 지하철을 타고 재왕과 함께 인덕원역으로 향했다. 인덕원역에서 내려 버스로 환승 후 4정거장쯤 갔을까 서울구치소라며 대로에서 내리게 되었다. 좀 당황스러웠다. 내가 생각하는 구치소의 입구는 조금은 좁은 2차선 정도의 길을 따라 한적한 곳에 있을 꺼라 생각했던 터라 8차선 정도의 대로에 내리게 되자 기사님께 몇 번이나 되물으며 우물쭈물 내리게 되었다. 서울 구치소에 와본 경험이 있던 재왕이 길 건너편 뒤쪽에 구치소가 있을 거라고 해서 길 건너편을 보니 간판이 보였다.

 

재왕과 걸어서 구치소 정문을 지나 드디어 변호인 접견을 신청하는 첫 번째 관문에 다다랐다. 두근두근. 변호사 외에 변호인 접견에 동행하는 하는 것은 아주 이례적인 일이라서 재왕과 이곳에 오기까지 제출해야 될 서류들이 많았다. 보통은 변호인 접견 신청서만 제출하면 되는데, 재왕 변호사가 시각장애인이라는 증명서와 레사의 가족관계증명서, 사무원증 사본까지 뭔가 내 신상이 탈탈 털리는 기분이 아니라 사실이. 그리고 접견 시 가족관계가 아니고 사건관련자가 아니라는 확인서에서 서명까지 해야만 했다.

 

이런 사연을 안고 다다른 변호인 접견 신청 창구. 신분증과 핸드폰으로 맡기고 창구 담당 공무원은 우리의 접견 신청 내용을 확인하고 안내해준다면 잠시 기다리라고 했다. 확인이 되었다며 문을 나서 접견실 건물로 향하기전에 재왕과 달리 따로 옆 휴게실에서 휴대용 금속탐지기로 바디스캔을 받아야 했다. 나의 가방은 사물함에 남겨진 채로.

 

유쾌하지만은 않은 기분으로 재왕과 함께 입구를 지나 오른편에 있는 건물 2층에 있는 변호인 접견실에 드디어 도착. 접견신청서를 내고 박래군 선생님이 나오기를 기다리기를 10여분 드디어 박래군 선생님과 만남 성공.

<2014 희망법 회원행사에 길잡이로 참여하신 박래군 선생님>

 

반갑게 재왕과 레사를 맞이해주시는 박래군 선생님. 왕초보 접견인인 우리를 능숙하게 안내해주시면서 앉자마자 이야기보따리를 쏟아내십니다. 내일모레면 수감된 지 90일째라면서.. 서로의 안부를 묻고 곧 첫 공판이 열리는 때라 변호인으로서의 질문이 오가면서 1시간이 채 안 되는 짧은 만남을 하고 그곳을 나오게 되었다. 좀 짧은 만남에 아쉬움이 남았다. 사람이 그립고 그리우실 텐데. 짠한 마음이 남는다.

 

접견을 마치고 구치소를 나오면서 재왕에게 내가 생각했던 곳이라 많이 다르다고 말했다. 영화나 드라마로 구치소를 배운 나로서는 경매장(?)” 같은 분위기의 그곳이 새롭기만 했다. 투명 플라스틱 상자 같은 방에 테이블이랑 의자가 놓여있는 구조에 번호들이 쓰여 있는 접견실. 널따란 테이블과 소파는 어디서 봤던 걸까. ^^; 난생처음 구치소를 경험. 나름 착하게 산 결과로 방문기회에 없던 곳에서 새로움을 접한 시간이었다. 재왕은 활동보조인으로의 첫 접견 참여라며 구치소 앞에서 인증샷을 찍어야 한다고 했지만 다행히 사진촬영금지라는 팻말이 있었다.

 

영화와 드라마에서 보았던 구치소 접견실 모습. 실제와 많이 달랐다.

<출처= MBC '개과천선' 방송 영상 갈무리>

 

100일이 다되도록 수감 되어 있는 박래군 선생님이 빨리 석방되길 바라며 늘 건강하시고 우리의 스승이자 친구로 함께 해주시길 기도해본다. 박래군을 석방하라!!

 

 

글_박상미(레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