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에 비친 희망법

[한겨레21] 저들이 아무리 막아도, 우리가 대세다

희망을만드는법 2015. 1. 5. 16:40

저들이 아무리 막아도, 우리가 대세다 [2014.12.22 제1041호]  

[사회]  “맞고 있지만은 않겠다”고 나선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농성단’의
서울시청 점거 6일… 지금 베어문 것이 ‘독사과’일지라도 후회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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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노조 형님들’도 지지

한국에서 성소수자들이 시청을 점거했다. 이렇게 비현실적인 문장이 현실이 되었다. 거기서 한 무리의 사람들은 금기의 선악과를 따먹었고,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강을 건넜다. 돌부처처럼 돌아앉았던 박원순 서울시장의 ‘사과인 듯 사과 아닌 사과 같은 사과’를 받고 승리를 선언한 다음에 농성은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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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단체연합이 적극적인 지지에 나서고,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가 연대하는 그가 그렇게 원했던 순간이 왔다. 오랫동안 무지개 깃발을 들고 노동자대회에 함께하고, 복직투쟁에 연대한 결과로 ‘금속노조 형님들’도 지지에 나섰다. 쌍용차 ‘형님들’이 농성장을 찾았고, 세월호 유가족들이 담요를 보내줬다. 광화문에서 고공농성을 하는 씨앤앰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첫날 점거에 함께했다.


축복의 말 “이렇게 젊은 사람 많은 데 없어요”

한가람 ‘희망을 만드는 법’ 소속 변호사는 청원경찰이 농성단이 붙인 벽보를 찢은 순간을 잊지 못한다. “마음이 찢어지는 거예요. 어려서부터 우리가 동성애자로 당해온 존재부정이 있어요. 벽보가 찢기는 것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심리적 환기가 됐나봐요.” 그렇게 그는 울면서 경찰을 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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흩어져 있던 이들이 모였고, 서로를 몰랐던 이들이 만났다. 성소수자인권운동단체에서 활동하다 지금은 멀어진 철민씨는 “가족에게도 말하지 못하는 희로애락을 나누던 사람들을 오래 만나지 않았다”며 “여기서 그런 형, 동생을 모조리 만났으니 유엔 용어로 말하자면 여기는 가족 재결합의 장소”라고 웃었다. 농성장을 지켰던 이들은 “누가 가장 기억에 남느냐”는 질문에 대부분 이렇게 답했다. “묵묵히 청소를 하는 분들이 있어서 ‘어디서 왔느냐’고 물으면 ‘청주에서 왔다, 대구에서 왔다’고 답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렇게 멀리서 온 분들도 있었다. 어떤 사람은 직장에서 아우팅당한 경험을 말했는데, 성소수자 변호사와 만남으로 이어졌다.”

 

철회 결정적 이유 “반대편이 너무 없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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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민주연합 관계자는 차별금지법 발의를 철회한 이유가 “개신교 압력 때문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결정적 이유는 “(개신교의) 반대편이 너무 없어서”라고 말했다. 성소수자 차별 금지를 제도화하려면 개신교 세력에 비길 ‘표와 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서울시청 농성 이후에 그것은 불가능한 상상만이 아니게 됐다. “성소수자에게 인권은 목숨이다”라는 현수막을 펼치며 농성을 시작한 이들은 “당신의 인권이 여기에 있다”는 깃발을 들고 시청을 나섰다. “성소수자들이 수도의 시청을 6일간 점령했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스스로 만든 자긍심을 품은 이들이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신윤동욱 기자 syuk@hani.co.kr

 

 

[원문보기] http://h21.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38555.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