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법 활동/성적지향과 성별정체성

서울시 인권헌장 사태에 맞선 무지갯빛 행동

희망을만드는법 2015. 1. 3. 15:36

서울시 인권헌장 사태에 맞선 무지갯빛 행동

 - 희망법 변호사들의 서울시청 무지개농성 활동기


글 _ 희망법 성적지향.성별정체성 인권팀



(사진: 김태환)


2014년 12월 6일 아침부터 11일 밤까지, 성소수자들은 전례 없이 서울시청 로비 점거농성을 벌였습니다. <서울시민 인권헌장> 제정 과정에서 벌어진 혐오폭력과 이러한 압력에 서울시장이 '성적지향, 성별정체성을 이유로 한 차별금지'를 빌미로 서울시민 인권헌장 시민제정위원회가 제정한 이 헌장 선포를 거부한 사태에 맞선 농성이었습니다. 희망법 성적지향.성별정체성 인권팀 변호사(류민희, 조혜인, 한가람)들은 농성단에 결합하여 인권지킴이 역할을 하였는데요, 그 6일간의 활동을 희망법과 한가람 변호사의 페이스북 포스팅을  중심으로 정리해 보았습니다.



11월 28일, 서울시민 인권헌장 제정위원회의 마지막 회의가 열리던 추운 밤, 대한문 앞에서는 성적지향.성별정체성을 이유로 한 차별금지가 명시된 인권헌장 제정을 바라며 많은 사람들이 모였었습니다. 늦은 밤까지 기다려 사람들은 시민위원들이 이러한 인권헌장을 제정했다는 소식을 듣고 서로 얼싸 안았지만, 결국은 서울시가 곧바로 이를 부정하면서 참담함을 겪어야 했습니다. 놀랍게도 서울시는 시민위원회를 물리력을 동원하여 방해하고 표결집계도 제대로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한편, 이날도 호모포비아 개신교 집단이 혐오발언을 쏟아냈지만, 어떠한 제재도 없었습니다. 류민희 변호사는 이날 집회에서 "민주주의와 인권의 가치를 지켜내자"며 서울시민 인권헌장의 필요성을 밝힌 바 있습니다.



그렇지만 서울시장이 이러한 인권헌장을 원치 않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판이 이어졌습니다. 심지어 서울시장이 12월 1일 개신교 목사들 앞에서 서울시청 인권헌장 사태와 관련하여 사과하였다는 사실이 알려지고 서울시장 대변인이 이를 확인해 주면서, 걷잡을 수 없는 분노가 퍼져나갔습니다.



결국 성소수자들과 인권단체들은 서울시청 점거농성을 결정하고 12월 6일 토요일 아침, 서울시청 로비에 진입합니다.



이날 저녁 한가람 변호사는 농성에 들어선 이유를 이렇게 밝힌 바 있습니다.



2일차에 들어서서는, 1일차부터 조직된 국제연대팀의 활동이 시작되면서 외국의 서한들이 서울시로 들어가기 시작합니다. 류민희 변호사는 국제연대팀을 이끌면서 각국의 기관과 단체, 인권인사들, 언론과의 소통을 담당하였습니다. 그 결과 이러한 외국인사들의 서한들이 나왔고, 각국의 언론에서도 이 사안이 중요하게 보도되었습니다.




2일차와 3일차에는 언제 강제로 해산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있었는데요, 이러한 불안을 넘어 농성장은 점차 안정적인 분위기를 찾아갑니다.




3일차 아침에는 행정청이 행정행위를, 특히 직접적인 실력을 행사하는 행위를 하기 위해서는 엄격한 절차를 지켜야 한다는 원칙을 무시하고 위법하게 벽보를 뜯어내는 일도 벌어졌습니다. 점심식사를 하는 도중에 이러한 일이 일어났고, 많은 분들이 놀라고 힘들어했던 시간이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이날 저녁에는 농성장에 전기를 끊어버리기까지 하였습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있는 시청에서 이러한 일이 벌어졌다는 것을 믿지 못하겠게다는 반응이 이어졌습니다.



4일차인 12월 9일에는 박원순 시장에 대한 그림자시위가 이어졌습니다. 박원순 시장은 농성단의 모습을 보고 화급히 도망치는 모습만을 보였고, 정무라인은 17일이나 18일에 보자면서 농성 종료를 요구했습니다. 그러나 서울시민 인권헌장을 선포하기로 한 날짜가 12월 10일, 세계인권선언일이었던 만큼 이 말은 인권헌장을 포기하겠다는 말이나 다름 없었습니다. 


이날 저녁 한가람 변호사는 <비마이너>와의 인터뷰에서, 무지개농성에 돌입하게 된 배경과 서울시민 인권헌장 사태를 둘러싼 문제점을 짚었습니다. 



서울시민 인권헌장을 선포하기로 예정됐었던 5일차. 박원순 시장은 결국 인권헌장 선포를 보기하고, 시민제정위원들이 나서서 직접 인권헌장을 선포하는 기념식과 기자회견을 갖게 됩니다. 그리고 이러한 기념식 직전에서는 호모포비아 집단이 농성장의 피켓들을 짓밟으며 농성장에 진입하는 일이 벌어졌는데, 농성단은 함께 모여 호통을 치며 물리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대응은 집단적인 혐오범죄가 이루어질 때 성소수자 스스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좀 더 생각해 보게 된 기회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갑작스럽게, 박원순 시장과 면담이 성사되었습니다. 진정성 있는 사과로 받아들여지지는 않았지만, 반복적으로 직접 사과하고, 추후 실무진과의 논의 약속을 받아내고는 농성은 막바지로 접어들게 됩니다.



그리고 그 다음날, 무지개농성단은 점거를 풀고 싸움을 이어나가기로 밝히면서, 이날 저녁 문화제로 점거농성은 막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매일 밤마다 수백 명의 성소수자들과 지지자들이 모여서 무지개농성을 응원하고 박원순 서울시장을 비판했습니다. 성소수자의 권리를 존중하고 존엄한 인격체로 대우할 것을 요구하였습니다. 그렇지만 끝내 인권헌장은 선포되지 못했고, 성과와 아쉬움을 모두 남긴 채 이번 점거는 마무리되었습니다.


한 참가자는, 1월 7일에 열린 무지개농성의 의미를 짚는 토론회에서 "점거는 끝났지만 농성은 끝나지 않았다"라는 말을 하였습니다. 그 말처럼 싸움은 계속해서 이어집니다. 아니나다를까, 성북구청에서도 주민들이 마련한 사업, 주민예산참여사업으로 선정된 "청소년 무지개와 함께 지원센터" 사업을 개신교 목사들의 압력에 폐기하는 사태가 곧바로 이어졌습니다. 시민들의 힘으로 만든 인권사업을 지자체장이 뒤집어 버리는 똑같은 모습이 반복된 것입니다.



그래서 더더욱 앞으로서의 싸움과 활동들이 중요해집니다. 희망법은 성소수자들의 존엄함과 인권을 지켜내기 위해서, 성소수자들이 스스로 열어가는 길에 동참하며 힘을 보태 나가겠습니다.



(사진: 김태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