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에 비친 희망법
[참세상] 서울시가 폐기한 시민인권헌장, 결국 시민 손으로 선포
희망을만드는법
2014. 12. 30. 21:27
서울시가 폐기한 시민인권헌장, 결국 시민 손으로 선포
“유엔 세계인권선언도 당사국 만장일치로 의결되지 않았다”
강혜민 기자
‘전원합의’를 이유로 서울시가 폐기한 서울시민인권헌장이 결국 시민의 손을 통해 선포됐다. 이들은 서울시의 태도를 규탄하며 서울시가 조속히 서울시민인권헌장을 선포할 것을 촉구했다.
서울시민인권헌장 제정을 축하하는 시민의 모임(아래 시민모임)은 66주년 세계인권의 날인 12월 10일, 서울시청 광장에 모여 ‘서울시민인권헌장 제정 축하 기자회견’을 열었다. 제정 축하 기자회견이 열리는 바로 옆에서는 이를 방해하는 일부 보수 기독교 세력의 ‘동성애 반대’ 집회가 진행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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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모임은 “유엔이 제정한 세계인권선언도 당사국 모두의 만장일치로 의결되지 않았다. 역사 속에서 인권을 한걸음 진전시켜온 다양한 법률도 입법 당시엔 다수결을 통해서 제정되었다.”라며 “인권 조항을 ‘만장일치’로 결정하라는 서울시의 주문은 비현실적일 뿐 아니라 한 명의 반대자라도 있으면 누군가의 인권이 침해되어도 상관없다는 반인권적인 처사”라고 질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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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헌장 제정 전문위원으로 활동한 숙명여대 법학과 홍성수 교수는 “헌장 제정을 위해 시민위원 150명을 모집했다. 단 한 차례의 회의가 아니라 6차례 모여 시민들이 다양한 의견을 토론했다는 것이 유의미했다”라며 “이외에 공청회, 토론회, 직능 단체별 토론회 등을 통해 시민사회 의견을 수렴하고자 했다”라고 전했다.
홍 교수는 “그 어떤 지자체 사업 중에서도 이보다 많이 회의하고 시민들이 참여한 건 없을 것”이라면서 “그러나 서울시는 막판에 ‘만장일치’가 아니면 선포할 수 없다고 했다. 그래서 시민들 스스로 직접 선포하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다”라고 밝혔다.
인권헌장 일반원칙 분과의 이종걸 시민위원은 “오늘 이 자리의 주인공은 인권이다. 세계인권의 날에 혐오의 목소리가 들려오고 있는데 이 혐오는 폭력이다. 우리는 인권의 목소리로 이야기하고자 한다.”라며 “28일 민주적 절차에 따라 인권헌장을 통과시켰는데 기뻐할 사이도 없이 그날 밤 서울시 인권관계자는 언론을 통해 ‘합의가 무산되었다’고 발표했다. 인권헌장 논의과정에서 (혐오세력의 폭력에) 무대응으로 일관했던 것에 참고 참았는데 이러한 서울시의 태도에 모멸감을 느낀다”라고 꼬집어 말했다.
서울시청 안에서 5일째 농성 중인 무지개농성단을 대표해 선포식에 참석한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 만드는 법’ 한가람 변호사는 “시민위원분들께 죄송하면서도 송구스럽다. 하지만 인권헌장이 더욱 빛나고 큰 힘이 되는 것은 성적지향·성별정체성에 따르는 차별금지사유가 포함되었기 때문이 아닌가한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한 변호사는 “서울시인권기본조례에 의해 시장이 선포하도록 되어 있는 것을 시민이 선포하게 된 것이 안타깝기도 하다”라며 “그러나 차별의 최전선에 있는 성소수자 인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헌장을 시민이 직접 발표하는 것은 너무 자랑스럽고 감사하다. 서울시민 인권의식이 이만큼이라는 걸 세계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전했다.
시민위원회 안경환 위원장은 “세계인권의 날, 이 축복받은 날에 우리는 애써 분노를 누르고 아쉬움을 달래며 이 자리에 섰다”라며 “존경해마지 않던 박원순 시장이 이 자리에 함께 할 것을 기대했으나 그러지 못했다. 그러나 언젠가는 그 날이 오리라 믿고 기대한다.”라고 갑갑함을 토했다.
안 위원장은 “(시민들이 선포한) 서울시민인권헌장은 시대정신을 담고 미래의 청사진으로 공동의 지혜를 모은 소중한 자산이 될 것”이라며 “이 일시적 혼란과 시행착오도 보다 나은 세상이 되는, 서울시가 그 누구도 인권의 높낮이가 없는 곳이라는 선포의 하나로 받아들이자”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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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날 오전 '지하철 통합혁신 구상' 기자간담회에서 한 기자의 질문에 서울시민인권헌장 폐기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 10일 오후 입장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오후 4시 30분경, 서울시 언론담당관, 서울시민인권헌장을 담당하는 서울혁신기획관 인권정책팀, 서울시 시장실에 연락한 결과 이에 대해 정확한 일정 및 내용을 아는 이는 아직 없었다. 시장실 측은 "오늘 중으로 입장 발표를 할지도 확실치 않다"라고 전했다.
[원문보기] http://www.newscham.net/news/view.php?board=news&nid=895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