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인권변호사 공동성명] “인권변호사” 박원순 시장은 서울인권헌장 선포해야
서울시민인권헌장 유보 관련 공익인권변호사 공동성명
“인권변호사” 박원순 서울시장님은
시민위원회가 제정한 서울시민인권헌장을 선포해야 합니다
서울시는 시민의 참여를 통한 서울시민 인권헌장 제정을 추진하였고, 그 결과 지난 11월 28일 ‘서울시민인권헌장 제정 시민위원회(이하 시민위원회)’는 여섯 차례에 걸친 전체회의와 분과별 수차례의 회의, 단체들과의 간담회 등 충실한 절차를 거쳐 「서울시민인권헌장(이하 인권헌장)」을 제정하였습니다. 그럼에도 서울시는 차별받지 않을 권리의 사유로서 ‘성적지향’, ‘성별정체성’의 명시 등을 이유로 이러한 인권헌장의 선포를 유보하였습니다.
우리는 공익인권변호사 선배로서 박원순 서울시장님을 기억합니다. 굵직한 공익인권소송에서 변호사로서 참여하여 한국사회의 변화를 이끌어냈고, 소수자 인권을 옹호해 왔으며, 공익인권변호사들의 활동에 대해 아낌없는 지원을 해 왔습니다. 그러한 “인권변호사” 박원순 서울시장님이 소수자에 대한 인권보장이 명시되었다는 이유로 인권헌장을 무산시키겠다는 것에 대해 우리는 깊은 실망감을 넘어 참담함을 느낍니다.
박원순 시장님이 역점을 두고 제정을 추진한 「서울특별시 인권기본조례」의 제12조는 “시장은 인권을 존중하는 가치를 구현하고 지속 가능한 인권도시를 만들기 위해 서울시민 인권헌장을 제정하여 선포한다”라고 하고 있고, 제6조 제1항에서는 “모든 시민은 인권을 존중받으며, 헌법과 국가인권위원회법 등 관계 법령에서 금지하는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라고 하고 있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법」상 평등권 침해의 차별행위의 사유로 성적지향이 명시되어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고, 「서울특별시 학생인권조례」 등 각종 인권조례에서도 차별금지사유로서 성적지향과 성별정체성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성적지향과 성별정체성 등의 문구를 이유로 시민위원회가 통과시킨 인권헌장을 유보한다는 것은, 박원순 시장님에게 인권을 존중하는 가치를 구현할 의지가 과연 있는지, 지속가능한 인권도시에 대한 상이 있는지를 의심하게 합니다.
인권은 만장일치 합의의 대상이 아닙니다. 인권은 원칙이고, 따라서 보편타당한 모습이어야 합니다. 재일교포의 인권을 ‘혐한단체’ 재특회와 합의할 수 없고, 비백인의 인권을 백인우월주의단체 KKK와 합의할 수 없듯, 성적 소수자의 인권을 동성애 혐오집단과 합의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이것을 “인권변호사” 박원순 서울시장님이 모를 리가 없습니다. 그럼에도 ‘합의’와 ‘논란’을 빌미로 인권헌장을 폐기하는 것은, 결국 반인권 세력의 눈치를 보며 헌법상 평등권을 부정하는 집단에게 힘을 실어주겠다는 것입니다.
인권헌장의 제정과정은 시민참여형 시정의 전형적인 한 모습이었습니다. 시민위원회는 6차 전체회의에 이르기까지 심도 있게 논의하고 찬반 토론 끝에 현재의 인권헌장을 압도적 다수의 찬성으로 통과시켰습니다. 그 내용 역시 먹거리에 대한 권리에서부터 문화향유권까지, 시민의 인권을 구체적으로 명시한 훌륭한 인권문서로서의 모습을 갖췄습니다. 이러한 시민위원회의 결정을 받아들이지 못하겠다고 한다면, 이것은 박원순 시장님의 인권 거버넌스, 시민참여형 거버넌스에 대한 부정이고, 이는 이제까지 스스로 보여준 인권옹호자이자 정치인으로서의 모습에 대한 자기부정입니다.
“당신 옆에 누가 있습니까”라는 서울시장 선거의 표어를 기억합니다. 그 “당신”에 성적 소수자를 비롯한 다양한 사회적 소수자들이 과연 애초에 있었던 것인지, 우리는 박원순 시장님께 묻습니다. 공익인권변호사들이 함께하고자 하는 ‘당신’은 누구보다 한국 사회에서 핍박받고 억압받고 차별받는 사람들입니다. 그런 만큼 공익인권변호사들은 박원순 시장님이 선배로서, 우리에게 부끄럽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시길 기대합니다. 박원순 시장님은 시민위원회가 통과시킨 인권헌장을 예정대로 세계인권의 날인 12월 10일에 선포해야 합니다. 각종 혐오발언과 모욕, 인신위협을 감수하면서까지 시민위원회가 지난한 과정과 절차를 거쳐 제정한 인권헌장을 선포하는 것은 서울시의 책임이고, 박원순 시장님의 책무입니다.
누구보다 박원순 시장님이 가장 잘 알고 있으실 「세계인권선언문」의 앞머리에서는 이렇게 말합니다.
“인권을 무시하고 경멸하는 만행이 과연 어떤 결과를 초래했던가를 기억해보라. 인류의 양심을 분노케 했던 야만적인 일들이 일어나지 않았던가?”
소수자에 대한 도를 넘는 폭력적 만행이 횡행하는 지금, 이러한 폭력에 야합해서는 안 됩니다. 이를 막아내기 위해 인권의 언어가 필요한 것입니다. 인권헌장은 바로 이러한 야만을 방지하기 위한 서울시민의 ‘합의’로 존재하게 될 것입니다.
다시 한 번 공익인권변호사 후배들이 선배 박원순 변호사님께 요청합니다. 인권변호사 박원순 서울시장님은 서울시민들이 만들어낸 서울시민인권헌장을 공포해야 합니다.
2014. 12.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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