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에 비친 희망법

[일다] 아무도 커밍아웃하지 않는 일터, 괜찮은가

희망을만드는법 2014. 10. 30. 17:56

아무도 커밍아웃하지 않는 일터, 괜찮은가

직장 내 성소수자 권리 찾기에 노동운동이 나서야 할 때

 

<여성주의 저널 일다> 나랑

 

 

만약 당신이 이성애자라면, 직장에서 성소수자 동료를 만난 적이 있는가? 아마 “없다”는 답이 대부분일 것이다. 그런데, 정말 주변에 성소수자 동료가 없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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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가 이달 발표한 ‘한국 LGBTI 커뮤니티 사회적 욕구조사 최종보고서’에 실린 내용이다. 레즈비언, 게이, 양성애자, 트랜스젠더, 인터섹스(간성) 등 성소수자 4천명이 참여한 이번 조사에서, 직장을 다닌 경험이 있는 응답자 2천455명 중 57.7%가 자신의 정체성을 아는 직장동료가 아무도 없다고 했고, 23.4%가 ‘거의 모른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대부분인 81.1%가 직장에서 자신의 성 정체성을 숨기며 일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성 정체성을 드러내지 못하는 환경이 바로 ‘노동권 침해’

 

지난 10월 21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는 “노동 현장과 성소수자 차별- 평등한 일터를 위한 토론회”라는 제목으로, 성소수자의 노동권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되었다.

 

조계종 노동위원회가 주최하고, ‘성소수자 차별반대 무지개행동’이 주관한 이 토론회에서 조혜인 변호사(희망을 만드는 법)는 “성소수자가 직장에서 차별 받는 사례가 없다고 하지만, 직접적인 차별 사례가 드러나지 않는다는 게 얼마나 차별이 심각한지 말해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성소수자들은 정체성이 드러나면 아예 용이 되지 않거나, 해고를 당하게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처음부터 정체성을 드러내지 않는 편을 택한다는 것. 또 성적 지향이나 성별 정체성을 이유로 차별을 당해도, 이를 문제 제기했을 경우 뒤따를 불이익 때문에 개인적으로 감수하고 마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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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혼 직원’ 중심으로 돌아가는 직장

 

‘한국 LGBTI 커뮤니티 사회적 욕구조사 최종보고서’에 따르면 응답자의 67.7%가 직장 내에서 성소수자에 대한 조롱이나 차별, 폭력이 ‘종종’ 또는 ‘자주’ 발생한다고 답했다. 성소수자에게 직장은 차별과 폭력으로부터 안전한 공간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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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내의 승진 체계나 복지에 있어서도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이 존재한다. 곽이경 노동팀장은 결혼을 안 하면 진급을 못 한다거나, 결혼한 직원에게만 집을 임차해주는 혜택 등은 혼인을 통한 ‘가족 구성’이 허용되지 않는 성소수자들에게 명백한 차별이라고 주장했다. 가족 수당이나 가족 간병, 경조사(배우자 장례 등)로 인한 유급 휴가를 받지 못하는 것 또한 마찬가지이다.

 

노사 단체협약에 성소수자 차별금지 조항 넣자!

 

이날 토론회에서는 직장 내 성소수자 차별 문제에 노동운동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동성애자인권연대 곽이경 팀장은 “주변에 노조에 가입해서 활동하고 있는 성소수자들이 있다. 이들은 자신이 위기에 있을 때 노동조합이 지켜주지 않을까 기대하지만 그 기대는 추상적인 수준”이라면서 “노동조합이 성소수자를 위한 구체적인 요구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노사 간의 단체협약에 성소수자 차별금지 조항을 넣는 방안도 이야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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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이경 팀장은 이와 더불어 혐오 표현과 괴롭힘을 금지하는 조항을 단체협약에 넣고, 성소수자 가족들도 간병 휴가나 가족돌봄 휴가를 사용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또, 성소수자 인권에 대한 인식 개선을 위해 지속적인 교육과 캠페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단체협약에 명문화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현장 노동자들의 인식 개선이 없다면 성소수자들이 여전히 자신을 드러내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노동운동 내 ‘성소수자 지지 그룹’ 필요해

 

불안정노동철폐연대 김혜진 상임활동가는 노동운동과 성소수자 운동이 연대해온 사례를 들었다.

 

2011년 한진중공업 ‘희망버스’(한진중공업 부산 영도조선소 크레인 위에서 정리해고 철회를 요구한 김진숙 민주노총부산본부 지도위원과 조합원들의 투쟁에 연대하기 위해, 시민들에 의해 다섯 차례에 걸쳐 운행된 버스)에는 성소수자들도 함께했으며, 성소수자 합창단이 공연을 하기도 하였다. 또, 해마다 열리는 성소수자들의 행진인 ‘퀴어퍼레이드’에는 투쟁 사업장의 노동자들이 참여해 응원하였다.

 

김혜진 활동가는 이제 “이런 연대의 차원을 넘어서서 ‘노동 현장에서 차별’이라는 공통의 과제를 갖고 함께 싸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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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와 함께 뛰는 미국, 영국 노동운동 사례

 

해외에서는 노동조합이 성소수자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앞장서 싸우거나, 노동운동 내에 성소수자 조직들이 결성되어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사례들이 있다.

 

영국은 국가 단위 노조인 TUC에서 성소수자들을 노동조합으로 조직하고, 직장에서 성소수자들이 평등하게 일할 수 있는 활동을 벌여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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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미국의 성소수자 노동자들과 이들을 지지하는 사람들로 구성된 비영리기구 ‘일터의 자긍심’(Pride at Work)은 미국 노총(AFL-CIO)의 공식 연맹기구로 인정받고, 미국 전역에 20개가 넘는 지부를 두고 활동 중이다.

 

“우리는 ‘한 사람의 상처는 모두의 상처’라는 노동운동의 오랜 구호에 깃든 정신에 따라 활동합니다” 라고 스스로를 소개하는 ‘일터의 자긍심’은, 조직된 노동운동과 성소수자 커뮤니티 간의 상호 교류와 지지를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원문보기] http://www.ildaro.com/sub_read.html?uid=6867§ion=sc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