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법 활동/공익인권법 일반

희망버스를 변론하며

희망을만드는법 2012. 7. 22. 11:45



희망버스의 기억


작년 이맘때쯤, 희망버스를 타고 부산에 다녀왔었습니다. 그때는 로스쿨 졸업반이었고, 다음날 학과 기말시험이 있었지만, 다녀오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때 함께했던 합창단 지_보이스와 같이 걸으며, 폭우 속에서 "폭풍을 만나도 고개를 들고서 / 시련 속에서도 두려워 마 / 폭풍이 거치면 금빛 하늘이 빛나고 / 은빛 새소리가 기다려"라는 가사의 노래를 부르며 걸어가던 그 조용한 마음. 희망버스에 참여한 사람들이라면 누구에게나 각자가 가진 희망버스의 기억은 아주 오래도록 잔향으로 남아있을 것입니다.


묵묵히 걸었던 우리의 발걸음들, 사람들도 별로 지나지 않던 거리를 물결처럼 걸었던 시간들은 '불법'이나 '합법'이 테두리로는 설명할 수 없었던 듯합니다. 그것은 '다녀오지 않을 수가 없었던' 소박하고 절박했던 공감의 마음들이었으니까요. 조용하고 애타는 사랑을 유죄라고 할 수는 없으니까요. 그때 함께한 사람들의 마음을 법으로 설명한다면, 그것은 한편으로는 우스운 일인 것 같기도 하고, 조금은 슬픈 일이기도 합니다. 


법정에 선 희망버스


그렇지만 언제나 예상가능한 현실처럼, 희망버스 참가자들은 하나둘 누구는 기획자라고, 누구는 참가자라고, 누구는 그 자리에서 촬영하고 취재를 했다고 기소되었고, 심지어 기획자로 지목된 몇 명은 구속되었습니다. 이후 많은 참가자들에게 몇백만 원의 벌금을 부과하는 약식명령이 떨어졌습니다. 어떤 사람은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특별법 위반(공동주거침입)으로, 어떤 사람은 집회와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또 어떤 사람은 일반교통방해죄로, 많은 경우 이러한 죄목들 두세 개씩이 같이 적용된 것으로 처벌되었습니다. 


그러나 많은 참가자들은 수사기관이 청구한 대로 내려진 약식명령을 납득할 수는 없었습니다. 자신과 아무런 관계가 없는 일들이 약식명령장에 적혀 있기도 했고, 자신에게 적용된다고 생각할 수 없는 죄명이 나와 있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참가자들은 정식재판을 청구하고 현재 전국 곳곳에 흩어져 희망버스 재판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희망법이 희망버스를 변론합니다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에서는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진행되고 있는 사건들을 중심으로 8건의 희망버스 사건을 변론하고 있습니다.  인권 활동가, 용산참사 유가족, 다큐멘터리 작가, 표현의 자유를 위한 1인시위를 하러 간 인문학자 등 다양한 분들과 함께하고 있습니다. 각자의 사연과 마음을 담아 가며, 좋은 결과가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희망'이라는 말이 넘치는 시대, 그 희망이 어떤 희망이고 누구의 희망이며 무슨 희망인지에 대해서는 모두들 생각하는 것이 달라 보입니다. 그렇지만 희망버스가 전하려 했던 희망과 희망법이 꿈꾸는 희망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인권이 중심되는 사회, 모두가 희망을 꿈꿀 수 있는 미래, 희망이 특권이 아닌 세상을 향해 달리는 희망버스와 희망법은 함께 가는 길에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앞으로도 이렇게 희망을 향해 내민 손을 함께 잡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해 나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의 이름들처럼, 희망이 희망과 함께, 희망을 변론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