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시험 편의제공 개선을 위한 시각장애인 학생 증언대회 참관기
수능시험 편의제공 개선을 위한 시각장애인 학생 증언대회 참관기
해마다 수능 날이 되면 나라가 들썩입니다. 수험생들이 시험장에 잘 도착할 수 있도록 대중교통이 조절되고 듣기 평가가 이뤄지는 시간에는 공항에서의 이착륙도 금지됩니다. 한 가지 목표만 보고 달려 온 학생들이 기량을 제대로 펼칠 수 있게 최대한 배려를 해주는 것이지요. 하지만 모든 수험생들이 동등한 출발선에서 수능에 임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1월 22일 이룸 센터 누리홀에서 수능시험 편의제공 개선을 위한 시각장애인 학생 증언대회가 있었습니다. 시각장애인 학생들의 경험담을 들음으로써 수능을 볼 때 그들이 겪는 어려움을 간접적으로나마 느낄 수 있었습니다. 국어영역의 경우 특히 여러 가지 기호와 지문을 대조하여 문제를 풀어야 할 때 일일이 손으로 훑어가며 필요한 내용을 찾아야 하고, 미니 카세트를 이용하더라도 자체 북마크 기능이 없어 스스로 조작하면서 아까운 시간을 보내야 합니다.
[수능 국어영역 비교시연 영상]
수학영역의 경우 점자판을 가지고 필산을 하지만 같은 문제를 가지고 시각장애인 학생과 비장애인 학생이 문제를 푸는 영상을 보니 시간의 차이가 엄청 났고, 결국에는 암산에 의존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영어 영역의 경우 지문을 녹음한 테이프가 제공되지만 원하는 부분을 찾아 듣는 것이 어렵고 원어민 발음으로 녹음되어 있어 자세히 들으려 재생속도를 늦추면 발음이 깨지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수능 수학영역 비교 시연 영상]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 제4조 제1항 제3호는 정당한 사유 없이 장애인에 대하여 정당한 편의 제공을 거부하는 것을 차별행위로 규정합니다. 동조 제2항에 의하면 ‘정당한 편의 제공’이란 장애인이 장애가 없는 사람과 동등하게 같은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장애인의 성별, 장애의 유형 및 정도, 특성 등을 고려한 편의시설·설비·도구·서비스 등 인적·물적 제반 수단과 조치를 말합니다. 현재 시각장애인 수험생에게는 점자 문제지와 녹음테이프 그리고 1.7배의 시험 시간 연장이 제공 되는데 저는 증언대회를 참관하기 전까지 철저히 비장애인의 시선으로 이것을 판단했고, 충분한 편의 제공에 해당하지 않을까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하나의 목표를 향해 최선의 노력을 한 학생들이 단지 시각장애를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시험장에서 느껴야 했던 좌절감을 듣고는 가슴이 답답하고 슬퍼졌습니다. 또 섣불리 판단했던 제 자신을 반성하기도 했습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자신의 꿈이 있고 그 꿈을 실현하고 싶은 욕구가 있고 그 밑거름이 되는 것이 교육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무엇보다도 교육의 기회는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져야 합니다. 그리고 ‘편의 제공’이 원칙적으로 장애인이 원하는 방식으로 제공되어야 하는 만큼 당사자들의 실질적인 목소리에 귀 기울여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차별이 당연하게 여겨지지 않는 사회에 한 걸음 더 가까워지기를 바랍니다.
글_고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