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21] 평범한 한국 청년, 프랑스서 난민 인정된 이유
평범한 한국 청년, 프랑스서 난민 인정된 이유
한국인 예다씨, 왜 무국적 난민을 택했나
[기획연재] 국민과 난민사이 ④ 난민이 된 한국인들
| |
| |
예수와 붓다에서 따왔다 했다. 깊은 뜻이 담긴 이름 같았다. 이예다(23)씨는 이름을 지어준 부모님과 오랫동안 함께 살 수 없을지도 모른다. 지난 8월에 찾은 프랑스 샤를 드골 공항엔 이름 모를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2층 터미널 인근 관광안내소 앞. 여행객으로 보이는 젊은 한국인 커플이 조잘거리며 지나간 자리로, 예다씨가 나타났다. 그는 프랑스에서 살고 있는 난민이다. 기자와 마주하기 두 달 전, 프랑스 난민·무국적자보호사무국(OFPRA)으로부터 난민임을 인정받았다. 난민신청서를 제출한 지 7개월 만이 었다.
그는 ‘조국의 배신자’인가?
....
“저도 당연히 무서웠어요”
....
|
처음부터 국적을 버리려 했던 것은 아니다. 군대를 가느냐 마느냐의 고민이 시작된 건 2년 전이었다. ‘양심적 병역거부’라는 말조차 몰랐던 시절이다. 어릴 때부터 군 입대가 꺼려졌다. 아무 이유 없이 작은 벌레도 죽일 수가 없는데, 총을 들어야 한다는 현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
이 세상 어딘가, 한국인 난민들
....
초등학생 시절, 학교에서 숙제로 내준 ‘국기에 대한 맹세’를 외우던 날이었다. 아버지가 물었다. “너 정말, 조국과 민족의 무궁한 영광을 위하여 몸과 마음을 바쳐 충성을 다할 거야?” 어린 마음에도 ‘한두 개 정도 바치는 건 모르겠는데, 모두 다 바치는 건 좀 그렇지 않나’ 싶었단다. 아버지는 상민씨가 낯선 세상에서 고통스러워할 것을 걱정해 ‘감옥행’을 추천하기도 한다.
....
올해 들어 난민이 된 한국인은 예다씨뿐만이 아니다. 지난 4월 병역거부자이자 성소수자로 살아온 김인수(34·가명)씨가 오스트레일리아에서 난민으로 인정받았다(971호 사람과 사회 ‘한국인 인수씨는 왜 난민이 됐나’ 참조). 트랜스젠더(성전환자) 중에서도 최근 국외에서 난민 지위를 인정받은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신원 노출을 극도로 꺼렸다. 현재 거주하는 나라조차 밝히지 말 것을 요청했다. 난민 심사 과정에서 한국 상황에 대해 의견서를 제출한 ‘성적지향·성별정체성 법정책연구회’ 소속 류민희 변호사는 “한국의 성(性)별 변경 요건이 매우 엄격한 점, 외모와 일치하지 않는 신분증명서상 성별 때문에 직업을 구하기 어려운 점, 성전환 수술이 고비용임에도 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어 경제적 어려움에 처하기 쉬운 점, 차별금지법이나 혐오범죄법 등 성소수자에 대한 법적 구제 수단이 부재하다는 점 등이 종합적으로 검토돼 해당 국가에서 난민으로 인정받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 하략..
|
|
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608036.html